복수 폴사인제 내달 시행…기름값 인하 경쟁 '활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 주유소에서 2개 이상 정유사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복수 폴사인(상표표시)제의 내달 시행을 앞두고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여기에 정유사보다 싸게 석유류 완제품을 수입해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수입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름값 내리기 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 심해지는 가격내리기 경쟁〓일부 주유소들은 정유사 공장도 가격보다 낮은 값에 휘발유를 팔거나 할인점처럼 특정 시간대에 '반짝 세일' 하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복수 폴사인제를 앞두고 각 정유사들은 기존 경쟁사 주유소를 끌어 들이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하고 있으며, 주유소들도 정유사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더 높이려고 매출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주유소들은 여러 정유사들로부터 보다 싼 값에 기름을 받기 위해선 판매 물량이 관건이라고 보고, 값을 내려 고객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D주유소는 지난 4일부터 SK㈜가 휘발유 공장도 가격을 ℓ당 30원 내린 이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반 시간대에 휘발유를 ℓ당 55원(1천3백14원→1천2백59원)씩 할인해 주고 있다.

경남 진해시에 있는 LG정유 B 주유소와 SK㈜ S주유소는 휘발유를 정유사의 평균 공장도 가격 1천1백80원보다 ℓ당 41원 낮은 1천1백39원에 팔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로부터 시설자금 등 지원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수입 완제품 등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비채권 주유소' 들이 가격 할인을 주도한다" 며 "복수 폴사인제가 시행되면 정유사와 수입업체,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해져 값이 더 낮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 늘어나는 수입석유류 점유율〓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된 완제품 석유류는 4백60만2천 배럴로 작년 전체 수입량 5백52만4천 배럴의 73.5%에 달했다.

석유공사는 올해 석유류 내수 판매 가운데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의 1.42%에서 2.41%로 약 1%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정유 4사와 석유 수입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석유류는 관세와 국내 저장 탱크 임대료를 내고도 정유사 공장도 가격보다 휘발유는 ℓ당 40원, 등.경유는 ℓ당 80원 정도 싸다" 며 "그러나 정유사들은 수입업체에 맞서 일부 주유소.공장 등에 수입사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