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이디어 뱅크' 기력 되찾는 전경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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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초심으로 돌아가자. "

16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재계의 총본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요즘 이렇게 화두(話頭)를 잡고 있다. 1961년 창립되면서 개발경제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했던 당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 다시 힘받는 전경련〓전경련의 사기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정책 건의가 어느 정도 정부에 먹혀들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지정제도 정부가 완화 의지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 분위기다. 전경련이 건의한 정보기술(IT)산업 육성을 위한 e-코리아 프로젝트도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

현정부 출범 이래 악재(惡材)중첩으로 주눅들었던 불과 얼마 전과도 다른 모습이다.

재벌그룹의 경영 애로가 정책에 반영돼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경련의 존립가치는 반감된다. 그러나 재벌그룹은 개혁 대상이었기에 전경련의 건의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목청을 높이면 '해체설' '집단이기주의' 라는 강력한 역풍을 맞았다.

또 전경련의 주춧돌인 5대 그룹 중 대우는 해체됐고, 현대는 분리된 데다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현정부 들어 전경련 회장도 세명째다. 최종현 회장(당시 SK 회장)은 사망했고, 김우중 회장(대우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김각중 현회장은 아무도 안맡겠다는 상황에서 대타(代打)적 성격이 짙다. 게다가 LG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 등 재계 결속력도 크게 약화됐다.

이래저래 전경련이 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즘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계의 건의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전경련은 되살아나고 있다. 전경련은 9월 13일 창립 40주년 기념행사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

◇ 향후 과제〓전경련의 화두는 국가 비전(Grand Design) 제시와 중국 경계령이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국가 비전이 있어야 정책이 일관되게 운용된다" 면서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다.

전경련은 또 조만간 중국이 우리나라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나라가 설 입지가 없고 기업도 투자할 마음이 없어질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중국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완화와 이를 통한 기업 의욕 조성은 전경련의 여전한 과제다.

김영욱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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