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은행들의 방만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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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들이 방만한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5개 중소기업 지원기관 임직원들이 벤처기업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주식을 헐값에 받아 거액의 차익을 챙겼다는 감사 결과에 이어 드러난 것이어서 실망은 더욱 크다. 이런 일련의 감사 결과는 4년 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1백50조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며 추진해온 금융 구조조정의 성과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국책은행 감사 결과에서 우선 드러나는 것은 비슷한 실책들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도기업에 수십억원을 대출해줬다가 고스란히 떼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용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대출 결정은 도저히 나지 않았을 회사에 거액을 내준 사례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결정이 장래가 유망하나 형편이 잠시 어려운 기업에 과감히 지원을 해준 '소신 대출' 이 아니라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대우채권에 집중 투자했다가 수백억원을 날린 산업은행의 경영 실책도 책임을 가려야 할 문제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정부의 부실기업 회생작업에 실무 역할을 맡고 있는 산은의 특성이나 한계는 이해한다. 그러나 지난해 1조4천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낸 적자은행인 산은이 그나마 은행 간판을 유지하려면 이런 실책은 피해야 마땅한 것이다.

은행 직원들의 주택마련자금 등 복리후생 차원의 지원이 후하다는 것도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은행도 기업인 만큼 경영을 잘해 성과를 직원들이 고루 나눠갖는 것은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영실적은 보잘 것 없는 은행에서 이미 집이 있는 직원에게까지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되풀이된다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그동안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간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남아 있던 국책은행들의 경영실태를 재점검해 이런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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