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 장영기 양손 공격에 삼성화재 두 손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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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유관순체육관 천장에는 삼성화재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펼치게 될 축하 현수막이 둘둘 말린 채 걸려 있었다. 현대캐피탈 직원은 “저 현수막을 펼치지 않고 그대로 떼어내는 게 오늘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꼭 대전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안방에서 상대의 우승 헹가래를 지켜볼 수 없다는 의지들이었다.

현대캐피탈이 16일 천안에서 열린 남자배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라이트 박철우(22점)와 레프트 장영기(17점·사진)를 앞세워 삼성화재를 3-1로 꺾었다. 2승3패를 만든 현대캐피탈은 역전 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2경기 중 1경기만 이겨도 우승하는 삼성화재가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다.

선발 출장한 박철우가 불꽃 강타를 터뜨렸고 장영기는 76%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깜짝 활약을 했다. 정규 시즌에서 출장이 뜸했던 장영기는 플레이오프부터 레프트로 기용되고 있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가 좋고 발도 빨라 히든카드로 중용됐다. 챔프전 4차전까지 큰 활약을 못했던 장영기는 5차전에서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1세트 5점을 올리며 박철우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끈 장영기는 3세트에서는 세 차례 공격을 100% 성공시켰다. 삼성화재 블로커가 박철우 쪽에 신경 쓸 때 왼쪽에서 솟구쳐 올라 정확도 높은 공격을 자랑했다.

3세트 18-16에서 장영기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줬다. 양손 모두 사용하기에 가능했다.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린 삼성화재는 맥이 풀렸다.

현대캐피탈은 4세트 9-7에서 박철우가 스파이크를 한 후 내려오다 오른쪽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살림꾼 장영기가 4세트 팀 내 최다인 5점을 올리며 분전했고, 교체 투입된 헤르난데스(4점)가 깔끔하게 공격을 성공시켜 삼성화재의 추격을 막았다.

장영기는 “마지막에 몰려 있어 더욱 집중했다. 가빈밖에 없는 팀에 진다면 한국 배구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각오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반에 잘 안 돼 배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은퇴하고 후회할 바에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김호철 감독은 “영기가 재주도 많고 스피드도 좋다. 3년 전 어깨 수술 후 제자리를 못 잡았고 군대까지 갔다 오면서 연습량이 부족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기용하려고 계속 훈련만 시켰다. 장영기가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가빈은 35점으로 분전했지만 범실도 12개나 저지르며 해결사 역할을 못 했다. 6차전은 18일 대전에서 열린다.

천안=한용섭 기자

◆남자 챔프전 5차전 전적
현대캐피탈(2승3패) 3 - 1 삼성화재(3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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