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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9단, 4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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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제 16 보

제16보(170~181)=승부의 끝장면은 언제나 스산하다. 아침에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텅 빈 바둑판을 바라볼 때의 여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급박한 초읽기 소리와 신음소리들이 산발한 귀신처럼 대국장을 뒤덮게 된다.

이 판도 이미 명암은 갈렸다. 구리 9단이 던진 흑▲의 칼끝이 상처 입은 백을 엄중하게 압박하고 있어 이미 백엔 기회가 없다. 천야오예 9단의 170, 172는 부분적으로 최선이다. 우선 선수이고(175의 수비가 필요하다) 이것으로 흑 한 점은 시한폭탄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천야오예의 행보가 묘하다. 뭔가에 홀린 듯 낭떠러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가 버렸다. 검토실은 ‘참고도’ 백1로 받고 흑2로 기어나온 뒤의 변화를 놓아 본다. 아무래도 백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하변을 살리는 건 크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천야오예는 176으로 지켰다. 177로 돌파하자 178. 179로 가일수하자 180(이곳은 원래 빅이었는데 이 수로 흑이 잡혔다). 중앙을 잡은 건 약 30집의 가치가 있다. 하변은 40집 이상이다. 게다가 181로 두자 A도 선수여서 흑집은 더욱 크게 부풀어 올랐다. 차이는 멀리 벌어졌고 천야오예는 잠시 더 두다가 201 수에서 돌을 거뒀다. 구리가 4강에 올랐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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