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신용등급,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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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올렸다. 이로써 우리의 신용등급은 13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무디스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재정적자를 억제하면서 예외적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 재정 및 금융의 건전성, 외환보유액 확충 등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뛰어난 복원력과 위기 대응 능력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천안함 사태와 남(南)유럽의 재정위기, 미·중의 위안화 갈등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욱 반갑다. 국가 신인도가 올라가면 당연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따른 불이익이 줄어든다. 우리 기업들의 외자조달 여건이 좋아지고, 해외 투자 자금의 추가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이미 서울 증시는 이틀 연속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원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물론 외국 회사의 신용등급 조정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이 정도의 신용등급에 만족할 수 없다. 한국이 받은 A1은 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중국과 같은 신용등급에 지나지 않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은 여전히 외환위기 전보다 우리 신용등급을 한두 등급 아래로 평가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것이다.

경제 체질을 한층 강화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취약점으로 지목된 과다한 부채부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은행과 기업이 분별없이 단기외채를 늘리지 않도록 감독하고 은행의 예대율도 끌어내려야 한다. 지나치게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채무와 공기업 부채에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가계 부채 문제와 자산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대의 관건(關鍵)은 역시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경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설비투자와 내수 확대를 통해 경제활력을 유지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