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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복권 주인공 30대 "집부터 사야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내 최고액 복권 당첨자인 '횡재의 사나이' 가 31일 낮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영동시장 부근 한식당에서 매니저 겸 종업원으로 일하는 金모(36.서울 금천구)씨.

그는 복권 발행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들러 복권 확인 절차를 마친 뒤 조흥은행 본점에서 당첨금이 입금된 통장을 받았다. 25억원 중 세금을 제한 19억5천만원.

2천5백만원짜리 변두리 전셋집의 가난이 마감되는 순간을 보험설계사인 부인(33)과 누나(40)가 동행했다. 金씨는 통장을 건네받기 전 기자에게 잠시 그간의 인생 유전(流轉)을 소개했다. 전북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열살 전후 부모를 잇따라 여의고 형.누나를 부모삼아 자란 그였다.

아르바이트로 어렵사리 지방대(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경기도 부천의 주물공장 사무직에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그럭저럭 살 만하던 생활도 잠시. 1996년 회사가 망하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IMF 무렵인 97년엔 새벽 막노동 인력시장에 나가도 일거리가 없을 때가 많았지요. "

97년 말 잠깐 운송회사에 다니기도 했지만 실업과 막노동으로 점철된 나날이었다.

金씨의 복권 도전은 대학을 졸업한 91년에 시작됐다. 그리고 10년 만인 지난 5월 영동시장 부근 가판대에서 산 플러스플러스 복권 석장이 '2천만분의 1' 의 확률을 뚫은 것.

추첨 전날인 지난달 28일 밤 부인은 이상한 꿈을 꿨다고 한다. 길에 떨어진 돈을 주으려다 오토바이에 깔려 숨지는 내용이었다.

金씨는 집을 사고 형제들을 돕고, 시골에서 개척교회를 짓는 장인을 지원하는 데 8억원쯤 쓸 계획. "나머지는 은행에 예금해 수익금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 고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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