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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원조 화로숯불구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을 지나 홍천읍내 못 미쳐, 아니면 반대로 홍천읍내를 벗어나 양평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기 굽는 냄새가 차 안으로 솔솔 스며드는 곳이 있다.

이 동네가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돼지고기 구이집이 몰려 있는 일명 홍천 화로구이촌이다.

이 가운데 '원조 화로숯불구이' 란 간판이 '옛날 막국수' 란 상호보다 더 크게 보이는 음식점이 있다. 이곳은 휴가철이나 휴일이면 하루종일 도로변 주차장에 서울.경기.인천 등 외지의 번호판을 단 차량이 빼곡하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면 후끈 달아오른 화로 열기에 잠시 발걸음을 주춤하게 된다. 그렇지만 식탁마다 하얀 연기를 내며 익고 있는 '빨간 돼지' 를 보는 순간 되돌아설 용기가 나질 않는다.

선풍기 바람이 잘 닿는 창가 자리를 서둘러 잡는다. 하지만 시원한 것도 잠시. 빨갛게 달아오른 참나무 숯이 담긴 큼직한 화로가 식탁 중앙에 놓이면 바로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잘 구운 빨간 고기 한점을 입에 넣는다. 매콤하며 달콤하다. 어린아이가 먹어도 부담이 없을 정도다. 쫀득하게 씹히는 뒷맛이 남는다. 살점마다 돼지 껍데기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나무 숯불에 그을린 향기는 가스 불에 익숙한 도시인을 사로잡는다.

들깨가루로 버무린 야채무침을 곁들여 상추 쌈을 싸고, 시원한 백김치로 입을 헹구지만 주체할 수 없는 땀은 등줄기까지 적신다.

그나마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인 게 다행이다.

'고기 한점 먹고 땀 한번 훔치고. ' 이를 몇 번 하고 나면 일인분 3백g인 돼지숯불구이(7천원)가 어느새 동이 난다.

김.양념장.삶은 계란 등 고명을 얹어 국수 따로 육수 따로 나오는 메밀 막국수(3천원)는 원하는 대로 비빔막국수.물막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공기밥(1천원)에 따라 나오는 배추된장국도 숯불구이 고기맛에 버금간다.

에어컨도 없는 찜통 실내에 식탁의 두루마리 화장지 등 거슬리는 부분이 있지만 피서지를 오가는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들를 만한 집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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