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울포위츠 부장관 북한·이라크 위협 강조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 국방부의 2인자인 폴 울포위츠 부장관(사진)이 최근 잇따라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 초강경 발언을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일단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2002년도 국방 예산에 대한 의회 승인을 이끌어내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양수겸장의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주 1백84억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한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의회와 힘겨운 '예산 확보 전쟁' 을 치러야 한다.

울포위츠는 28일 CNN방송의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을 줄 수 있는 국가로 주저없이 북한과 이라크를 꼽고 한번 싸워 이긴 적이 있는 이라크보다는 북한이 주적(主敵)이라고 밝혔다.

울포위츠는 "내일 한국과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 며 전쟁 가능성까지 거침없이 거론했다. 경고 수위가 도를 넘어선 인상마저 풍긴다.

울포위츠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2일 상원 군사위원회가 미사일방어(MD)계획과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던 자리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그는 "주한미군 등은 화학 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수단이 전혀 없다" 고 지적했다.

방어 수단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단 한차례 공격에도 수만~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포위츠의 이같은 발언은 다분히 계산된 측면이 강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공중 발사 레이저 무기의 개발비 등 국방 예산 증액을 강력히 촉구했던 것이다.

MD 구축에 부정적인 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과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번의 '주적' 발언은 예산 확보와 함께 재래식 탄도미사일의 위협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새 국방정책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6월 초 대북 대화 재개를 선언하면서 대북한 대화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재래식 무기 문제를 제시했었다.

특히 지난 14일 MD 실험이 성공하고 지난주 미.러 정상회담에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폐기 문제를 협상을 통해 타결지을 수 있다는 합의를 한 이후 국방부 내에 팽배한 자신감이 이번 발언을 이끌어낸 배경으로 보인다.

조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