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단 고이즈미 어디로 가나] 上. 개혁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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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일본 국내 정세와 동북아 국제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역 없는 구조개혁' 을 내세운 고이즈미에 대한 일본 국민의 뜨거운 신임이 재확인됨에 따라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개혁정책을 펼쳐 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다음달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를 선언하는 등 동아시아 외교를 무시해온 고이즈미의 승리로 한국.중국.일본간 외교전선에 낀 먹구름이 한층 짙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의 의미.파장.전망 등을 세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30일 참의원 선거 결과가 밝혀진 후 "국민이 신임해 준 것으로 평가한다" 며 "개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 자민당 내부나 야당의 반발이 예상돼 국회해산 등 정계 개편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 개혁추진=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이제 개혁 각론을 위한 전투를 시작하게 됐다" 며 "다음달 예산편성을 시작으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도 "개혁을 지지한다" 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고이즈미의 개혁이 계속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 고 밝혔다.

그동안 고이즈미의 개혁정책에 대해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는 지적이 많았다. 고이즈미는 "참의원 선거가 끝난 후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 고 말해왔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는 참의원 선거 전에 개혁방안을 내놓으면 자민당 내에 갈등이 생겨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시작으로 각종 개혁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고이즈미는 재정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국채 발행액을 3조엔 이상 삭감해 30조엔 이하로 묶는다고 강조해왔다.

정부 독점인 우정사업을 2003년까지 공사화한 후 우편.보험.예금 등 3대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말해왔다.

77개 특수법인에 대한 정부 보조금.출자금을 현재의 5조3천억엔에서 1조엔을 줄이고 9월부터는 각 법인의 폐지.민영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교부금 제도 개선.공공사업 삭감 등도 주요 개혁안에 포함돼 있다.

◇ 정계 개편 가능성=고이즈미와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오기 치카게(扇千景) 보수당 대표는 선거 후 연립여당을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패배한 야당 내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綺夫) 민주당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겠지만 그의 당 장악력은 떨어지고 신세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산당.사민당 쇠퇴에 대해 야당 내부에서 "단합하지 못했기 때문" 이란 반성이 나오고 있어 야당들이 '고이즈미 공격' 에 힘을 합칠 가능성이 커졌다.

도쿄(東京)신문은 "실제로 개혁이 추진돼 자민당 내에서 저항이 나오거나 야당들이 경제침체 등을 거론하는 등 대립이 심각해질 경우 고이즈미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방법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고 예상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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