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차기 '파워게임' 전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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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기 당권.대권을 겨냥한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0일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아주 민감한 문제" 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 총재와 대통령 후보의 선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권력구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지방의회 시.군.구의원을 당연직 대의원에서 제외하고▶인구 1만명당 대의원 1명을 뽑는 방식을 도입할 경우 수도권과 영남의 대의원 수가 1천3백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호남에 지지기반을 가진 사람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당 관계자는 "이런 주장을 수용할 경우 내년 전당대회의 대의원 지역별 구성에 영향을 미쳐 경선판도가 달라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앙당 대의원의 비중을 낮추면 당내에 뿌리가 깊은 동교동계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후보 지명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 는 우려마저 있다.

그래서 당 관계자들은 김태랑(金太郞)경남도지부장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金지부장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의 측근이다.

金지부장은 "김중권(金重權)대표와 추미애(秋美愛)지방자치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도 의견을 나누었다" 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당내 기반이 취약한 차기 후보군들은 대부분 찬성쪽에 가깝다. "전략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 (盧武鉉 상임고문 측근), "멕시코처럼 전국민을 상대로 한 예비선거까지 고려해야 한다" (鄭東泳 최고위원)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당내 민주화란 명분에다 '이회창 대세론' 을 저지하기 위한 특단의 영남 공략책이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있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당 일각에선 차기 경선을 앞두고 영남지역 원외 위원장들이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속셈에서 이런 방안을 제안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 대의원 선출방식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은 더욱 뜨거워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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