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기 외유… 한국·미국·일본 정보망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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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장기 외유로 평양 동향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 24일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방문 일정은 그의 권력기반이 그만큼 확고해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절대권력자가 자리를 비운만큼 군부 핵심인사의 동향 등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자연스레 우리 정보당국은 물론 미국.일본의 정보 감시망도 평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수위 높아진 대북정보 수집활동=한.미 정보당국은 김정일 위원장 일행이 탄 24량짜리 특별열차가 평양역을 출발한 지난 26일부터 첩보위성 등 정보망을 가동해 이동경로와 일정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북.러 국경도시인 하산은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로, 통과시점에는 한.미.일 정보기관 정보요원(IO.Intelligence Officer)들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 정보기관이 가장 주시하는 대목은 평양~특별열차간의 교신내용.

첩보위성의 첨단장비를 이용해 캐낸 신호정보(sigint:signal intelligence)를 분석하면 평양의 보고내용과 金위원장의 지시내용은 물론 특별열차 내의 분위기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 리스트에는 군부에 의한 쿠데타 등 급변(急變)사태 동향체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군부는 김정일 체제를 떠받치는 가장 확실한 세력이지만 김영춘 군총참모장 등 군부 실세들이 그대로 평양에 남아 있어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정보기관 관계자는 30일 "이번 러시아 방문기간 중의 평양 정국관리는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고 말했다.

◇ 특별열차는 '달리는 집무실' =특수 방탄처리가 된 데다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여서 마치 특급 호텔에서 지내는 것처럼 불편을 느끼지 않으리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또 평양 집무실에서 하듯 열차 안에서 최첨단 통신설비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침실.집무실.연회실.회의실도 갖춰져 있다.

한 고위 탈북인사는 "金위원장의 전용열차는 金주석의 전용열차와 마찬가지로 제2경제위원회(군수산업 담당)가 만들었으나 金주석의 열차 보다 특수한 재질을 사용했으며 휠씬 최신시설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전용열차는 국내여행의 경우는 8량, 해외순방 때는 10량 가량으로 구성되지만 이번에는 국가원수의 해외방문으로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장기여행이라 24량으로 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생일행사 일환인 '4월의 봄 국제예술축전' 에 참가한 남한가수 김연자씨가 金위원장 전용열차로 함흥까지 이동하면서 열차 내부의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당.정.군 핵심인사들 상당수가 평양에 남아 있는 것으로 북한 방송의 보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선 군쪽에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을설 호위사령관 등 군 최고수뇌부가 동행하지 않았다.

당쪽에서는 계응태.김중린.김용순 당비서, 정하철 선전선동부장 등이 평양에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각에서는 홍성남 총리를 비롯, 조창덕.곽범기 부총리 등이 모두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하지 않았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양형섭 부위원장, 김윤혁도 27일 평양에서 열린 휴전협정 48주년 경축공연에 모습을 드러냈다.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는 당 제1부부장인 이용철.주규창 등과 현철해.박재경 대장 등 실무급들이 주로 수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위급으로는 김국태 당비서.연형묵 국방위원 정도가 눈에 띈다.

정창현.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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