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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시신 발견 안 되면 산화한 것으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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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안함 함미 인양을 하루 앞둔 14일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조사단이 CH-47D 시누크 헬기(탑승정원 40명)를 타고 백령도 사곶 해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대표들은 함미 인양 시점부터 작업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인양 뒤 수색을 거쳐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을 경우에 대비해 가족 대표 4명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백령도=김성룡 기자]

천안함 실종자 44명 가운데 7~10명은 폭발 당시 충격으로 산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실종자 가족협의회가 14일 밝혔다. 가족협의회는 이날 “절단면을 촬영한 TV 화면을 보니 기관조정실과 가스터빈실 등이 심하게 파괴돼 그 주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7~10명은 찾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는 이들이 유실됐을 가능성보다 폭발 충격으로 산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TV 화면에 나타난 파괴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초 해군은 천안함 침몰 당시 기관조정실에 이미 시신이 수습된 고 김태석 상사를 포함해 6명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고 남기훈 상사도 기관조정실 바로 옆인 원·상사 식당에서 발견됐다. 해군은 또 기관조정실 옆 가스터빈실에도 실종자 1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따라서 가족협의회는 산화 장병의 수가 최소 7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국 가족협의회 대표는 “가족 대부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장병은 산화한 것으로 생각하자는 안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전투기가 바다에 추락한 경우 조종사의 시신을 찾지 않는 것을 들었다.

가족협의회는 또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될 것에 대비해 이날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인양, 시신 수습, 운구, 안치, 영결식 등에 대한 실무를 책임진다. 이정국 대표는 “인양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며 “침몰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예정”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세부적인 침몰 원인을 알고자 하는 게 아니라 순직인지 전사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할 가족 대표는 한국형 구축함과 참수리호를 탔던 해군 출신 A씨로 정해졌다. 협의회 측은 A씨가 정부와 연관성 있는 일을 해서 당분간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침몰 이후 군의 초동 대처와 재난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자신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 장병들의 명예가 일부라도 회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천안함 침몰 직후인 지난달 27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군 수색작업을 지켜보며 부족한 장비와 더딘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었다.

한편 이정국 대표는 이날 “합동조사단에 참여할 가족 대표가 선정됐지만 해양사고 전문가 섭외가 쉽지 않다”며 “차선책으로 해양 분야 지식이 있으면서 문제 분석 능력이 뛰어난 조사전문가를 섭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박성우·김효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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