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당 "리덩후이·천수이볜 당깨기 막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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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집권 반세기 만에 지난해 5월 야당으로 물러앉은 대만 국민당(KMT)이 29일 '제2의 창당' 을 선언했다. 리덩후이(李登輝).천수이볜(陳水扁) 등 두 전.현직 총통의 연합 공세를 막기 위한 긴급 처방이다.

◇ "뭉쳐야 산다" =30일까지 계속된 제16차 전당대회에서 롄잔(連戰)주석은 독기 서린 표정으로 당기(黨旗)가 찍힌 붉은 띠를 머리에 둘렀다.

連주석은 세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자신의 지도력을 부각했다. '위기를 넘길 자, 나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力挽鑛瀾, 捨我其誰)' 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오랜 2인자의 그늘을 떨치고 새로운 지도자로 거듭났음을 분명히 했다.

둘째, 단결과 협조다. 그는 "당의 발전을 위해 단결하지 않는 자는 당을 떠나라" 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검은 돈과 국민당의 고리는 끊어졌다" 며 당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총통선거 패배 후 사분오열(四分五裂)했던 국민당은 이번 전당대회 자리에서 주석 직선제 도입과 당 결속을 통한 재집권 각오를 분명히 천명했다.

◇ 연속되는 위기=국민당은 51년 만에 권력이 떠나면서 사람들도 함께 떠나갔다. 당원수도 급감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집권 민진당(民進黨)이 양안과 경제문제에서 허우적거릴 때 국민당은 '반세기 동안 집권했던 노하우를 쌓은 정당' 치고는 속시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국민당 주석 출신인 李전총통의 당 이탈 움직임은 국민당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李는 지난달 대만독립인사들의 모임인 베이서(北社) 창립식에 참석, 陳총통과 손을 잡고 단합을 과시했다.

양안 통일을 당 강령으로 내걸어온 국민당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해당(害黨)행위인 셈이다. 그는 또 국민당 내 일부 세력을 모아 대만단결연맹(대련.臺聯)을 구성, 분당(分黨)으로 치닫고 있다.

◇ '총선만이 살 길이다' =국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올 12월 입법원(국회)선거에서 민심을 되돌려 단번에 정국 주도권을 만회해 재집권의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입법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기 위한 전략은 무엇보다 '부패하고 기회주의적' 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李전총통과 선을 긋는 것이다.

連주석은 전당대회 중에 "대만단결연맹은 분열분자들의 모임" 이라고 몰아쳤다. 당원들은 "리덩후이 출당" 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진당 정부의 실정(失政)과 무능을 고발하고 국민당이 '준비된 정당' 이란 이미지를 부각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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