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싫어서…" 이민 희망자 폭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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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미국을 떠나려는 이민 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고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 11월 10일자가 보도했다.

미국인이 몰리고 있는 나라는 뉴질랜드. 대선 투표 다음날인 지난 3일 뉴질랜드 웰링턴의 이민당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미국인 1만300명이 접속했다. 평소 하루 평균 2500명의 4배나 된다. 이날 전화와 e-메일 등 직접 문의는 300여건. 선거 이전에는 하루 평균 8건에 불과했다.

이민담당 돈 배드맨은 "대선 이후 미국인들의 문의가 폭발적이다. 정확히 말해 선거 결과 윤곽이 거의 드러난 2일 밤 11시(미국시간)부터 문의와 접속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샌프란시스코와 LA 지역 주민의 문의가 많다. 선거 이전 이 지역의 골수 민주당 지지자와 동성애자, 이라크 전쟁 반대론자, 낙태 지지론자 등은 공개적으로 "부시가 당선되면 이민 간다"고 공표했었다. 뉴질랜드의 인기가 특히 높은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전쟁에 반淪?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할 이유가 없다. 뉴질랜드는 이라크 파병 영국군에 공병 61명을 지원했는데 그나마 최근 모두 철수키로 했다.

둘째는 노동당 정부가 집권해 사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 취향에 맞다.

셋째로 영화 '반지의 제왕-3부작'으로 뉴질랜드의 절경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인 사이에 인기가 높은 까닭 등이다. 이민에 적극적인 뉴질랜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헬렌 클라크 총리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인들의 이민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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