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소련서 사온 전투기·레이더 부품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소련제 무기체계에 의존해 온 미그-29나 T-62같은 북한군 첨단 무기가 부품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무기 부품 확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소총.기관총.탄약.야포.함정 같은 기본 무기류는 부족하지 않다. 지난 60년대부터 추진해온 '4대 군사노선' 정책으로 대부분의 기본 화기는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전투기.탱크.구축함.레이더.통신장비 같은 첨단 무기류는 극히 노후한 상태라는 것.

북한군은 자체 생산이 안되는 무기류는 대개 옛 소련에서 구입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북한의 외화난이 가중되는 바람에 지난 10년간 러시아에서 무기 부품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군 후방총국(군수)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 안영길(45)씨에 따르면 T-54 소련제 탱크의 경우 5백시간마다 엔진을 교체해줘야 하는데 부품 공급이 제대로 안돼 그냥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전투기도 사정이 비슷하다. 북한 공군은 러시아 기술지원으로 조립 생산하는 미그-29를 포함, 3백2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부속품 및 항공유 부족으로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이 30시간에도 못미친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