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대학 60년대 학번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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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북한 노동당과 내각의 주요 간부들이 잇따라 새 인물로 교체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초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김일성종합대학에 함께 다닌 '대학 동창생' 들과 60년대 중반에 당 조직지도부에 들어간 당료(黨僚)들의 급부상이 주목된다. 이들 대부분은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이어서 자연스럽게 북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당의 경우 주규창.김히택.이제강 제1부부장, 홍석형 함북도당 책임비서 등의 승진인사가 눈에 띈다. 제2자연과학원장을 역임한 주규창 당 부부장이 군수공업부 1부부장으로 기용됐고, 조직지도부 김히택.이제강 부부장도 최근 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전임 1부부장인 박송봉의 사망과 문성술의 은퇴에 따른 보선으로 보인다.

조직지도부는 권력의 핵심부서이고 1부부장은 장관급 이상의 힘을 갖고 있는 실세 자리다. 金위원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승진하자마자 金위원장의 현지시찰 수행단에 합류했다.

7월 중순에 함북도당 책임비서로 발탁된 홍석형은 특이한 경력의 인물. 1948년 월북해 초대 내각 부수상을 역임한 홍명희가 그의 할아버지이고 아버지 홍기문은 북한 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지냈다. 일찍부터 집안의 후광을 받은 홍석형은 한때 당 정치국 후보위원(당서열 14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는 김일성과 홍명희의 인연으로 인해 어릴적부터 김일성 수상 관저에 드나들며 金위원장과 어울렸으며 대학도 함께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에서는 농업성.경공업성 책임자가 새 얼굴로 바뀌었다.

농업상에는 김창식 부상이, 경공업상에는 이주오 부상이 각각 3월과 5월에 승진했다. 둘 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신진 경제관료다. 李경공업상은 지난해 5월 당 이론지 '근로자' 에 경공업분야의 현대화와 경공업제품의 질 향상을 촉구하는 논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경제분야 인물 교체에서 보이는 특징은 실력과 활동력을 갖춘 '젊은 세대' 를 전면 배치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실력형의 간부' 를 부쩍 강조하면서 나타난 흐름이다. 이에 따라 김일성대학 60년대 학번들이 내각 상층부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해외동포는 "대학시절 金위원장은 자신이 정치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동기들에게 여러 전망있는 분야로 진출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안다" 면서 "그중 많은 사람이 현재 공장.기업소 지배인이나 내각의 고위 관료로 활동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물러난 관료들을 명예.고문직으로 등용해 구세대의 경험을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내각 명예참사' 로 활동하는 김복신 전 부총리,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의 '고문 위원장' 으로 활동하는 김낙희 전 평남농촌경리위원장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전현준(全賢俊)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을 내세우면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며 "이에 따라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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