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야기] 기사의 가치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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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1면

신문 독자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독자층은 다양하고 매일 발생하는 정보의 양 역시 헤아릴 수 없는 데 반해 지면은 한정돼 있다.

하루 40면 발행하는 종합일간지를 기준으로 볼 때, 광고를 빼면 기껏해야 2백~2백50개 정도의 기사를 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를 엄선해 보도해야 한다. 고도의 가치 판단 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뉴스의 보도 여부나 크기는 누가 결정할까. 국내 종합일간지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기사의 가치 판단 과정을 보자.

1차로 취재기자가 해당 부장에게 기사화할 내용을 예고한다. 부장은 취재기자들이 보도하겠다고 올린 기사들을 취합한 뒤 중요도 순으로 추려 편집국장에게 보고한다. 편집국장은 각 부서에서 제시한 기사 거리들 가운데 1면 등 종합면에 올릴 뉴스를 정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 면에 반영할 뉴스는 해당 부서장이 정한다. 이 때 머리기사 등 주요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의 크기와 게재 여부 결정은 면 담당 편집기자의 몫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볼 때 지면에 실리는 기사의 일차적인 취사선택권은 취재기자에 있는 셈이다. 뉴스를 판단하는 취재기자의 잣대는 무얼까.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콩나물시루 같던 시내버스의 차비 인상 등 생활 관련 기사가 자주 실리는 기사였다. 그 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시맨' 이 있는 지하철과 구간요금 인상 뉴스가 비중있게 다뤄지는가 싶더니 이젠 휘발유 값 인상이나 신형 승용차 개발 뉴스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과거엔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지만 지금은 자가용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이 주류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도 물건처럼 사람들의 수요(관심)가 크면 보도 가치가 커진다는 얘기다. 수요를 자극하는 뉴스는 ▶새로운 것 ▶궁금한 것 ▶특이한 것 ▶의외의 것 ▶문제가 있는 것 ▶화제가 되는 것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 ▶재미있는 것 ▶생활에 필요한 것 등이다.

하지만 기사 판단에 언제나 시장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요금과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를 같은 날짜에 동시에 보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그 폭이 문제겠지만 일반적으로 휘발유 값 인상을 다룬 기사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기자들 대다수가 자가용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사람인 이상 자신이 처한 환경의 눈높이에서 기사를 재단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기자 개인의 감정이 지나치게 개입돼 진실성과 정확성이 없거나 객관성이 결여된 기사가 보도되면 그 땐 독자가 판단한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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