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미술대전 개선책 내놓긴 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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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오히려 폭로해준게 고맙다. 이런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가을 미술대전에서도 같은 비리가 계속됐을 것 아니냐. "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외쳤지만 항상 어물쩍하고 넘어갔다. 지난 18대 미협처럼 구정물 속에서 아우성치다 보낼 수는 없다. 미술협회를 사람들이 복마전(伏魔殿)으로 보고 있는 걸 아느냐. "

지난 23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에서 열린 미술협회 비상임위원회의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들은 준엄했다.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미술대전 심사 비리사건' 으로 미협의 전.현직 간부 등 25명을 입건한 사건의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1백50여명이 모인 자리였다. 발언을 많이 한 것은 협회 운영에 직접 간여하는 일이 적은 비핵심 임원들.

미술대전 개혁안 토의순서에 들어가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이 제기됐다. "개혁위원회를 만들면 뭐하느냐. 그 인물이 그 인물인데. 먼저 자정(自淨)부터 해야 한다. 사건에 연루된 이사 2명을 사퇴시키는 게 먼저다. " "협회 체면을 땅에 떨어뜨렸으니 이사회에서 제명해야 한다" .

곽석손 이사장이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이다. 유죄로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제명하고 벌주는 것은 가혹하다" 고 입장을 밝혔지만 반발이 계속됐다. "그동안 미협 비리사건이 여러차례 터졌으나 제대로 입증돼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없다.

이번에도 무죄 판결이 나면 미술대전을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냐. 반성하고 자정한다고 했으면 실행해야 할 것 아니냐. " 등 이 문제는 결국 '자진사퇴 유도' 로 결말이 났다.

회의는 결국 명망있는 외부 인사와 각 분과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미술대전 개혁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마무리됐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심사에 점수제 도입

▶점수 집계의 전산화

▶심사위원의 채점표 공개

▶담합 방지를 위한 심사위원 증원

▶대상과 특선을 없애는 등 시상제도 단순화 등을 도입키로 방침을 정했다. 협회 간부인 임원들에게조차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미술대전이 이같은 대책을 통해 거듭날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할 문제로 보인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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