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평론집 '문학의 귀환'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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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고리키와 루쉰(魯迅)이 그립다. 러시아 민중의 미덕에 대해서는 가없는 사랑을, 그들의 우둔한 교활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바친 고리키, 좌우파의 협공 속에서도 중도(中道)의 간난한 도정에 아슬히 서서 지배층의 위선과 무능과 부패에 대한 공격 못지 않게 오랜 전제 아래 굴종해온 중국 민중의 부정적 성격에 날카로운 풍자를 날린 루쉰. 지배 블록에는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아첨하지 않는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

문학평론가 최원식(인하대교수.사진)씨가 평론집 『문학의 귀환』(창작과비평사.1만5천원)을 최근 펴냈다. 최씨는 이번 평론집에서 '문학' 은 순문학적 요소가 농후한 '문' 과 정치성이 강한 학술로서의 '학' 이 합쳐진 것이라며 문학의 사회성에 짓눌린 1980년대 의 문학과 90년대의 탈사회적 문학을 모두 넘어서 본래의 '문학' 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문학의 사회성을 앞장서 주장해온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으로서 순수문학이나 모더니즘과도 소통하려는 노력이 주목된다.

이번 평론집에는 문학 외적이긴 하지만 "모든 문제의 핵심에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자리한다" 며 우리 사회의 지식인 문제를 다룬 '지식인 사회의 복원을 위한 단상' 이 요즘 시국과 관련해 특히 주목된다.

최씨는 이 글에서 지식과 권력이 혼연일체가 돼 돌아갔던 전통적 양반 지식인 사회가 3.1운동을 고비로 잡계급적 인텔리겐치아로 교체됐음에도 그 내적 연속성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다.

우리 지식인 사회의 변치 않는 내적 연속성이란 친체제.반체제를 불문하고 정치권력을 향한 치열한 질주라고 최씨는 개탄한다.

최씨는 '옛날 학자들은 자기를 위하더니 요즘 학자들은 남을 위하더라' 는 공자의 말이 요새 와 그렇게 사무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공자 시절에도 배우고 묻는 일(學問)을 통해 자기 마음자리의 근원을 밝히는 근본은 팽개치고, 천하를 구원한다고 정치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갈 자리 못 갈 자리 구분 없이 쏘다니며 설쳐대는 지식인들이 넘쳐났던 모양" 이라는 최씨는 작금의 지식사회에 바라건대 공부 길에 들어설 때의 초발심으로, '자기를 위한 학문' 으로 돌아가자고 요구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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