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등급 부풀리기등 시장서 불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안팎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을 평가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줘야 한다.

하지만 평가를 제때 하지 않고 신용등급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일이 잦아 오히려 불신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26일 현재 국내 3개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 현황(12월 결산법인)을 조사한 결과 평가를 마친 기업은 전체 대상 기업의 70%(정기평가 수행률)선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 대상기업 2백60개 가운데 1백75개사에 대해 평가를 마쳐 정기평가 수행률이 67%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6월 말이면 정기평가가 완전히 끝났었다. 평가 작업이 그만큼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2개 이상의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상태를 평가받게 된다. 회사채 발행 후에도 신용평가사는 정기적으로 신용평가를 한 회사채 발행기업의 신용등급을 투자자에게 공지해왔다.

신용평가사측은 6월 말까지 정기평가를 마쳐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기업 신용상태를 제때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벤처기업 전용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이 4회에 걸쳐 발행되면서 각 평가사들이 5백여개 업체를 평가하느라 일손이 크게 달렸다" 고 밝혔다.

한편 최근에는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을 실제보다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신용등급 인플레 현상' 이 나타나고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지난달 말 삼성증권.굿모닝증권은 "올 들어 경기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도 3개 신용평가사의 기업신용 등급 하향조정이 45건인 데 반해 상향조정은 96건" 이라며 이같은 현상은 신용평가 수수료에 의존하는 데 따른 눈치 보기의 성격이 짙다고 꼬집었다.

삼성증권 장영규 연구원은 "외국은 국내 정기평가처럼 비슷한 시기에 여러 기업을 몰아서 평가하지 않는다" 며 "지속적으로 기업 신용상태를 점검해 발표해야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굿모닝증권 윤영환 연구위원은 "투자자들도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이 적정한 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3개 신용평가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용등급을 수시로 확인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