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별주부 해로' 차별화된 캐릭터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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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별주부 해로' 는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해 쏟아져나온 극장용 애니메이션 가운데 유일한 한국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전문 회사인 한신 코퍼레이션이 지난 4년 동안 기획.제작했다.

한국산 애니메이션답게 소재 또한 매우 한국적이다.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전래동화 '별주부전' 이 원작.

병에 걸린 용왕을 낫게 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고 뭍으로 올라간 거북이와,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기지로 모면하는 토끼의 얘기 말이다. '

하지만 '별주부 해로' 는 철저히 현대적이다. 곳곳에 반전을 삽입해 극적 재미를 높이고 원작의 내용도 일정 부분 가감해 색다른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토끼와 거북이가 서로를 이용하려 한다는 적대적인 구도 대신 그들이 온갖 위험과 두려움에 맞서며 우정과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작진이 가장 신경쓴 부분은 역시 캐릭터다.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면서도 동시에 외국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캐릭터를 창출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예컨대 거북이 해로는 용왕에게 진상할 약을 찾아나선다는 영웅적인 측면보다 동정심을 일으키는 연약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또 토끼 소녀 토레미는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형태보단 도전과 저항정신, 그리고 우울한 모습을 지닌 복합적 캐릭터로 그려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공을 들였다. 다양한 카메라 워킹을 사용해 단조로운 화면에서 탈피했다. 요즘 웬만한 영화에선 패러디하는 현대판 고전영화 '매트릭스' 의 초고속 촬영기법도 동원, 2차원 셀 애니메이션임에도 3차원 영상 비슷한 분위기가 나도록 시도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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