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 계열사 워크아웃 들어선지 2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24일 법원의 대우사건 판결에 대해 옛 대우 계열사들은 한 마디로 '착잡하다' 는 분위기였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한 점도 없지 않을 것" 이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었으나 많은 대우맨들은 "이젠 다 지난 이야기" 라며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아 했다.

1999년 8월 26일 12개 대우 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지 2년. 이들 회사는 30여년 동안 입고 있던 '대우'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각자 제 살 길을 찾고 있다.

그룹 주력이던 대우중공업에서 분할된 대우종합기계와 대우조선은 곧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떠날 계획이다.

대우자동차.전자는 해외매각될 예정이어서 대우그룹은 사실상 완전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

◇ 본격화한 '대우' 색깔 벗기=대우종합기계는 8월 중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길 준비에 부산하고 대우조선도 새 사무실을 물색 중이다.

대우종합기계 관계자는 "그룹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우빌딩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떠나기로 했다" 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회사명을 바꾸려고 공모했으나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해 그대로 쓰고 있다. 그룹 로고는 올 초부터 쓰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른바 '대우정신' 의 원동력이었던 '창조.도전.희생' 이라는 기존 사훈 대신 사내 공모를 통해 '가치.감동.활력경영' 이라는 새 경영 이념을 채택했다.

대우그룹의 모태였던 ㈜대우에서 분할된 ㈜대우인터내셔널도 사훈을 '창조.도전.신뢰' 로 바꿨다.

대우 계열사의 회의실 등에 걸려 있던 김우중 회장의 사진도 떼어진 지 오래다.

대구에 본사와 공장을 둔 자동차 부품회사인 대우기전은 이미 지난해 1월 회사 이름을 한국델파이로 바꾸면서 새로운 CI를 채택하고, 수첩 등의 대우 마크도 교체했다.

대우 계열사들과 미 델파이사가 지분을 50%씩 갖고 있는 이 회사의 관계자는 "은행 대출 심사 때 대우라는 이름이 불리하게 작용한 데다 현대.기아자동차 등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사명을 바꿨다" 고 설명했다.

◇ 점차 호전되는 경영실적=옛 대우 계열사들은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자구노력 등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달 중 반기 결산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 회의를 거쳐 연내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게 확실하다.

대우건설과 대우종합기계도 경영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내년 말 워크아웃 졸업을 기대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최근 채권단에 7백10억원을 갚은 데 이어 중국 현지의 통신법인과 힐튼호텔의 매각 대금으로 곧 2천27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우조선.대우건설.대우차판매 등 10개 옛 대우계열사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다만 자동차.전자는 해외 매각이 변수. 자동차는 미 제너럴모터스(GM)와 매각 협상에 매달리고 있고, 전자는 정밀실사가 끝나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해외매각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