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국내 구단도 고액연봉자 보험 가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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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매달 25일은 LG 트윈스의 월급날이다. 그날 홍현우(29)의 통장에는 2천만원이 입급된다. 홍현우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LG와 계약금 10억원, 연봉 2억원에 4년 동안 계약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 지급 형태가 비활동 기간 2개월을 제외한 10개월 분할 지급식이어서 그는 2월부터 11월까지 매달 25일이면 2천만원씩을 받고 있다.

LG 타선의 오른쪽 해결사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홍현우는 몇달째 '놀고 먹는다' 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달 2천만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받고 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월 25일 왼쪽 발을 다친 이후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족저 건막염' 으로 불리는 그의 증세는 마라토너들에게 자주 생기는 것으로 발바닥이 아파 뛰고 싶어도 뛸 수가 없다. 야구선수가 뛸 수 없으면 그 생명은 끝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는 최근 부상에서 회복, 24일 2군 경기에 출전한다.

홍현우는 많은 돈을 받으면서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가슴이 아픈 것은 물론 '놀고 먹는다' 는 비난까지 받으면 팬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게 분명하다.

올 시즌 고작 17게임에 나와 59타수 11안타, 타율 0.186에 타점 8개를 기록한 홍현우에게 꼬박꼬박 한달에 2천만원씩 주고 있는 LG의 심정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대로 올 시즌을 끝내면 그는 안타 하나에 2천만원을 받은 셈이 되고, 딱 하나뿐인 홈런은 말 그대로 2억원짜리가 된다.

며칠 전 LA 다저스의 한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LG의 홍현우와 비슷한 상황인 메이저리거 대런 드라이포트.앤디 애시비(이상 다저스)의 이야기가 나왔다.

연봉 9백40만달러(약 1백22억원)를 받는 드라이포트는 지난달 30일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결정, 남은 시즌에 뛸 수 없게 됐고 내년 활약도 불투명하다. 또 연봉 6백만달러(약 78억원)의 애시비는 지난 4월 19일 오른쪽 팔꿈치 근육이 찢어져 올시즌을 마감했다.

그래서 "둘의 연봉이 우리 돈으로 2백억원이 넘는데 다저스는 이런 장사를 하고도 잘 굴러갑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 관계자는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팀 손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이라고 대답했다.

구단이 고액 연봉 선수의 부상과 관련된 보험을 들고 일정액의 보험금을 납부하면 선수가 부상으로 시즌의 일정 기간 참가하지 못했을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1999년 시즌 종료 뒤부터 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시행 중이고 장기계약 선수와 고액 연봉 선수가 늘어났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단도 고액 연봉 선수 관리를 위한 보험상품의 도입을 생각해볼 때다. 그런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LG는 매달 25일 홍현우에게 2천만원을 넣어주면서 쓰린 가슴을 움켜쥐지 않아도 됐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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