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침입경보 시스템 "아직 시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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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인천국제공항의 외곽 침입 감지시스템이 잦은 고장으로 개항 4개월이 된 지금까지 준공되지 않고 있다.

테러나 침입에 대비해 개항(3월 29일)전 완벽한 기능을 갖춰야 할 국가적 핵심 보안시설인데도 아직도 '점검 중' 인 것이다.

이 시스템은 길이 21.4㎞의 공항 외곽 철조망에 설치돼 외부에서의 침입이 있을 경우 철조망의 장력(張力)변화가 감지돼 자동적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전체 구간에서 하루 최고 7회까지의 오경보와 불필요한 경보만을 허용한 '기술시방서' 상의 기준을 훨씬 웃도는 하루 평균 40여회의 경보가 울리는 등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본지가 입수한 이 시스템의 경보 분석 전산자료와 정비일지 등을 통해 확인됐다.

보안관계자들은 "이런 상태로 국제공항의 문을 열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하루 최고 2백53회 침입 경보=경보 발생 전산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모두 2천4백여회의 경보가 울렸다.

하루 평균 40여회다. 5월 14일엔 2백53번이나 울렸다.

공항측은 "아직 시스템 안정이 안돼 각종 점검 및 정비작업을 하느라 경보가 많이 울리고 있다" 며 "정확한 오경보 통계는 아직 집계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 10회 미만일 것" 이라고 추측했다.

◇ 미준공 넉달=공항 관계자는 "시스템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납품회사로부터 철저한 기술지원을 받기 위해 준공 확인을 늦춰왔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준공 확인은 현대건설.일본 미쓰비시사 등 4개사 컨소시엄이 5백40억원에 수주한 이 시스템(이스라엘의 YAEL-16기종)공사의 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일 뿐 기술적으론 사실상 준공 상태"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점검 일지에서는 지난 13일 프로세서.커넥터 등 일부 장비들의 결선에 불량이 발생하는 등 최근 3개월간 크고 작은 결함들이 끊임없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김포공항에 설치된 YAEL-15를 개선한 최신 기종이지만 충분한 점검이나 안정기간을 거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한다.

◇ 낙뢰에도 취약=지난 5월 22일엔 이 시스템이 벼락에 맞아 광(光)링크 25개가 손상,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항 이전인 지난 2월 낙뢰로 인해 폐쇄회로 TV 10여대 등 침입 감지시스템이 대파된 후 공항측은 "낙뢰보호 설비와 접지의 전면 재조정을 통해 철저히 대비했다" 고 밝혔었다.

◇ 전면 재점검 필요=공항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침입 감지시스템은 테러 및 침투를 막기 위한 핵심 장비" 라며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태로 개항이 이뤄졌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공항의 경우 특히 대 테러 작전 경험이 부족한 민간 경비업체들이 보안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자동감지 시스템의 역할이 절대적" 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김창우.강주안.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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