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 교수 "교과서 왜곡 황국사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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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일 시인대회' 에 참석한 일본인 학자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 전후 일본 사회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양국 양심세력의 연대를 제의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호사카 유우지(保坂祐二.사진)세종대 일어일문과 교수는 21일 10여명의 일본인 시인.학자와 국내 인사 등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주대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 '한.일 문화의 예비적 고찰' 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황국주의에서 아시아 침략이 시작됐지만 전후 이 사상이 제대로 비판되거나 논의되지도 않아 황국사관에 입각한 교과서 왜곡은 줄곧 예견됐던 것" 이라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일 관계사에 정통한 인물로 1998년부터 세종대에서 재직 중이다.

그는 "국가의 과거사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못하면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면서 일본 내의 가치관 및 교육 붕괴를 우려했다.

그는 "1894년에 동학농민전쟁이,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났던 한국과 달리 일본은 민중에 의해 정치권력이 타도된 역사가 없다" 며 " '붓' 이 아니라 '칼' 에 의해 역사를 만들어 온 일본이기에 제대로 된 역사 이해는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요건" 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최근의 한국측 대응에 대해 "대일 강경책이 필요하지만 각 분야의 문화 교류를 단절하는 등 일본인들에게 한.일 관계사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마저 축소시켜서는 안된다" 며 "한국의 시민단체와 일본 내 단체가 연대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일 시인대회는 국내의 계간 '다층' 문예동인과 일본의 세이쥬샤(靑樹社)출판사가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 처음 공동 주최한 행사로 신경림.김광림 등 국내 시인과 일본의 마루치 마모루(丸地守)일본 현대시인회 상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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