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동물 복원 실험 성공여부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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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 새끼를 풀어놓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는 9월 말 암수 두 마리씩 새끼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329호) 네 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할 계획이라는 국립환경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연구원 김원명(金源明)박사는 "이번 방사는 본격적인 사업이 아니라 실험" 이라고 설명한다.

반달가슴곰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잘 적응해 생존하는지를 추적.조사하는 것이 목적이고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것이다.

金박사는 "방사된 새끼 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존 야생 반달가슴곰일 것" 이라고 말한다. 야생곰과 영역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새끼곰, 특히 수컷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는 밀렵과 먹이가 꼽힌다.

그러나 金박사는 "연구팀이 새끼곰과 항상 같이 다니면서 관찰할 예정이기 때문에 밀렵 가능성은 작다" 고 전망한다. 전파발신기를 부착한 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지역 환경단체.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때문에 밀렵꾼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5마리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근친교배 등으로 10년 안에 멸종될 가능성이 있어 시범 방사하는 것" 이라며 "이번 방사가 성공할 경우 지리산은 물론 다른 지역까지 반달가슴곰 방사를 확대할 계획" 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자연에 방사하는 것은 반달가슴곰이 처음이 아니다.

충북과 경북에 걸쳐 있는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1994년과 97, 98년 각각 두 마리씩 모두 여섯 마리의 산양(천연기념물 217호)이 방사됐다.

방사 초기에는 "산양이 사람에게서 과자를 얻어 먹어 살이 너무 쪘다" 는 일부 근거없는 비판도 있었으나 적응과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부터 산양에 부착한 전파발신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여섯 마리 모두 살아 있고 새끼도 세 마리나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71년 충북 음성에서 살던 텃황새 가운데 수컷이 사살되자 남은 암컷도 따라 죽으면서 사라진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국내에서 되살리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교원대 김수일(金守一)교수팀은 96년부터 러시아.독일.일본 등에서 황새를 들여와 지금은 12마리로 늘렸다. 텃황새가 국내에 서식하려면 우선 수정란을 확보해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야 한다. 겨울 철새로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는 방사하면 원래 서식지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金교수는 "다양한 유전 형질을 지닌 수정란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황새의 서식환경을 지키는 것도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한편 98년 창립된 한국반딧불이연구회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반딧불이 번식 작업도 활발하다. 농업과학기술원 잠사곤충부 김종길(金鍾吉)박사는 "애반딧불이를 기르는 기술을 개발, 유충과 함께 보급하고 있다" 며 "전북 무주군이나 경기도 양평군.서울시 등에서 반딧불이 서식지 만들기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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