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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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기도 안산시청 일용직원 최종인(崔鍾仁.46)씨는 7년여째 오전 5시면 덜덜거리는 12인승 승합차를 몰고 시화호로 향한다. 공휴일은 물론 명절날도 마찬가지다.

야생동물들에 볍씨와 옥수수 등 사료를 주고, 특히 밀렵꾼들이 밤새 덫을 놓고 가지는 않았나 살피기 위해서다.

崔씨는 이어 시화호에 날아든 희귀 조류와 동.식물 등 '새 손님' 찾기에 몰두하다 보면 오후 10시를 넘기기 예사다.

崔씨가 이처럼 '시화호 지킴이' 로 나선 것은 1994년 6월. 직장을 따라 안산으로 이사한 뒤 가족들과 자주 찾아가 낚시를 하고 바지락을 캐던 시화호에 대한 물막이(방조제)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어패류가 집단 폐사하는 현장을 목격하고서다.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시화호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崔씨는 회사일이 끝나면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시화호로 달려가곤 했다. 그리고 환경단체와 정부기관.지자체 민원실 등을 찾아가 시화호가 죽어가는 사실을 알리며 대책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직장인으로선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97년 10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시화호 지키기에 매달렸다. 직장을 그만둘 당시 부인(40)은 물론 부모.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가족까지 팽개칠 일이냐" 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그동안 崔씨에게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은 밀렵꾼들은 1백여명. 崔씨는 밀렵꾼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거나 "가족을 몰살시키겠다" 는 협박을 수없이 받아왔다. 또 한밤중 밀렵꾼을 추적하느라 시화호 주변 농로를 달리다 차가 언덕을 굴러 다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환경단체 등에 알려지면서 崔씨는 99년 11월 월 70만원을 받는 안산시청 조수 보호 일용직으로 특채됐다.

崔씨가 그동안 시화호 주변에서 찍은 사진은 13만장이 넘는다. 이런 노력으로 崔씨가 찾아낸 희귀 생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값진 수확은 중생대 공룡 발자국, 고생식물 규화목 화석 및 식물,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붉은 부리 흰죽지.노랑부리 백로.검은머리 물떼새.검은머리 갈매기(국제보호조).섬향나무… .

시화호 내 공룡 발자국 주변 4백85만평이 천연기념물 414호로 등록(2001년 6월)된 것도 崔씨의 집요한 노력 결과다.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정부의 '담수호 포기 선언' 이후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시화호가 정부의 '특별보호구역' 으로 지정되는 것이 崔씨의 가장 큰 소망이다.

안산=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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