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1인2표제의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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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헌법재판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법적이어야 한다. '1인1표 전국구제' 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정치적으로 현상타파를 뜻하지만 법리적으로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다.

이 점은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현행 전국구제의 위헌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논자들이 주장해 오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정치권이 어떤 방향에서 선거법을 바꿀 것이며, 그것이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례 채택 여부부터 논란

우선 비례대표제 채택 여부부터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관한 헌법 규정이 명확지 않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 채택을 전제하더라도 구체적 내용에 따라 그 정치적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정당명부를 전국 단위로 하는가, 아니면 권역별로 하는가, 또는 정당이 작성한 정당명부를 고정시키는가, 아니면 유권자에게 일정한 선택의 여지를 주는가 등에 따라 정치현실에 대한 파장은 차이가 있게 된다.

그 구체적 내용은 어떻든 1인2표 비례대표제의 채택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이 제도가 군소정당에 이롭거나 신생정당의 출현을 촉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1인2표제를 취하게 되면 지역구선거에서와 다른 정당을 정당투표에서 선택하는 이른바 분리투표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인2표제의 이같은 정치적 효과를 우리의 정치현실에 비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적어도 신생정당의 출현 촉진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긍정적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개혁의 요체가 정당개혁에 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데, 기성정당의 개혁이 쉽지 않다면 새로운 정당을 통해 그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따른다. 새로운 정당이 진정코 새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새로운' 정당을 추구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성공치 못했던 사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근로자정당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1인2표 비례대표제를 긍정 평가하는 견해들이 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조건을 붙이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정당의 의석획득에 비례해 노동조합의 불법투쟁 감소가 함께 실현돼야 할 것이다.

한편 1인2표제가 가져올 정치적 효과의 다른 측면도 아울러 생각해 봐야 한다. 군소정당 또는 신생정당에 유리하다는 것은 곧 다당제의 강화를 뜻한다. 그렇다면 다당제의 심화는 우리 정치에 이로운 것인가. 다양한 정치적 이해가 정당을 통해 흡수된다는 점에서 다당제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와 관련시켜 보는 한 그렇게 간단치 않다.

대통령제의 제도적 취약성은 흔히 여소야대라 부르는 분할정부 아래에서 나타난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회의 다수의석을 갖지 못하는 분할정부 아래에서 의회와 대통령은 각기 국민적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른바 정당성의 충돌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당성의 충돌이 일어날 때 여기에 제도적으로 대응할 아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타협적 정치문화를 통해 극복하지 않는 한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분할정부 수용할 수 있나

종래 중남미 대통령제가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나고 만 요인의 하나는 바로 이 점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대통령제를 취하면서 대부분 비례대표제를 택했고, 그 결과 다당제가 초래되고 이로 인한 분할정부 아래의 국정 정체가 민주주의의 파탄을 불러 왔다는 것이다.

1987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제 역시 다당제로 인한 분할정부 현상이 통상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는 한 한국 정치는 아직 분할정부를 수용할 만큼의 수준이 못된다. 극심한 국정 정체와 극한적 정쟁이 반복돼 왔을 뿐이다.

1인2표 비례대표제의 채택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려면 이처럼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다당제 심화로 인한 분할정부 현상을 소화할 만큼 성숙한 정치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정당은 과연 새로울 것인가. 대답은 정치권의 몫이다.

梁建(한양대 법과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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