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감전사 서초동 가로등 3차례 경고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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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5일 집중호우 때 누전으로 감전사를 일으킨 의혹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등 세곳의 가로등이 모두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시정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가로등은 ▶윤승재(27)씨 등 세명이 부근을 지나다 숨진 서초동 1427의1▶두명이 숨진 동작구 노량진동 수원지 앞▶역시 두명이 숨진 신림8동 등에 있다.

18일 전기안전공사 강남지사의 가로등 안전점검 자료에 따르면 서초동의 가로등은 1999년 점검 당시 배전함이 누전.누전차단기.접지 등 세 가지 항목에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안전공사는 그해 5월 13일 구청 담당자 입회하에 안전점검을 실시, 서초구청에 시정 요청을 했으며, 시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6월 26일 재점검했으나 시정되지 않아 구청측에 다시 통보했다. 이어 9월 18일에도 똑같은 결과를 재차 통보했으나 구청측은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량진동 수원지 앞 가로등도 같은 해 6, 7, 9월 누전과 누전차단기 불량을 지적받았으나 관할 동작구청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신림8동 가로등도 지난해 8, 9, 11월 세 차례 누전 항목에 대한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기안전공사 점검과는 "사고가 난 7개 장소 중 3차 경고를 무시한 곳이 네곳, 2차 경고 이후 시정을 기다리던 중 사고난 곳이 세곳"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접지부분은 시정조치를 했으나 누전차단기는 유지관리상 어려움이 많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였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96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누전차단기보다는 배선용 차단기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권고가 있었다" 고 밝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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