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없어도 마음 끌리면" 법적으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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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녀간 성관계가 없더라도 깊이 마음이 끌린 상태라면 '바람을 피웠다' 는 말이 합당하다. "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2 단독 문종식 판사가 18일 내린 '바람' 의 정의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 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남편과 성관계를 갖지 않은 상대 여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李모(30.여)씨에게 재판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 '바람을 피웠다' 는 표현이 반드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미로 사용되거나 해석되지는 않는다" 는 것이 판결의 배경이다.

'바람' 이 사전적 의미로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 를 의미하는 데다, 이혼 얘기가 오가던 남편이 다른 여성에게 사랑의 고백이 담긴 메일을 보내고 만난 사실 등의 정황을 참작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따라서 상대 여성이 李씨의 남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李씨가 남편에 대해 바람을 피웠다고 표현한 것이 허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고 결론을 내렸다.

李씨는 지난해 6월 한 이혼 관련 상담사이트에 '남편이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에게 사랑고백이 담긴 e-메일을 보내고 만나며 바람을 피웠다' 는 글을 올렸다가 상대 여성에 의해 피소됐었다.

성호준.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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