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오냐, 오냐 들녘 끝에는 누가 살든가
- 오오냐, 오냐 수수이삭 머리마다 스쳐간 피얼룩
- 오오냐, 오냐 화적떼가 살든가
- 오오냐, 오냐 풀모기가 날든가
- 오오냐, 오냐 누가 누가 살든가.
- 박용래(1925~1980) '누가'
'눈물의 시인' 박용래에게도 이렇게 역사에의 헌신을 추념(追念)한 시가 있다.
" - 오오냐, 오냐" 어머니가 아들을 부르는 가장 친근한 이 목소리는 수수이삭 바람에 스치는 들녘 끝을 향한 것이기에 더욱 애절하다. 행간마다 철지난 삼베 옷을 입고 나와 동구 앞에 하염없이 서 있었을 이 땅의 한 시절의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프게 각인돼 있다.
저무는 들녘 끝에는 "누가 누가 살든가" 이 가만한, 나지막한 외침 끝에 끝내는 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을 우리의 서러운 박용래 시인을 떠올려본다. 감꽃이 피면 피었다고 눈물, 빗물이 고이면 또 고인다고 눈물. 조선의 옥양목빛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이 시인의 고향은 논산하고도 강경.
이시영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