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울리는 약장사 "더이상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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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속칭 ‘약장사’들에게 피해를 입는 노인들이 속출하자 농촌 젊은이들이 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약장사들이 두루마리 ·화장지 ·선풍기 등 각종 선심성 선물과 공연을 미끼로 농촌지역 노인들을 꾀어 싸구려 약재나 건강식품을 터무니 없는 값에 파는 수법으로 가정불화까지 일으키기 때문이다.

농촌 청년들은 약장사들의 판매 행사장을 찾아 불매 캠페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군청을 방문,영업허가를 내주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초 한국농업경영인 전북순창군 연합회원 30여명은 동계 ·인계면의 건강식품 판매장을 찾아가 행사장을 먼저 선점하고 사은품을 받아가는 등 합법적인 대응으로 판매업소가 스스로 문을 닫고 떠나도록 만들었다.이들은 또 각 마을을 돌면서 ‘약장사 상행위 추방운동’ㄷ도 벌이고 있다.

무주읍 청년회도 지역 농촌마을 곳곳서 3만원 가량의 건강 보조식품이 27만∼30만원에 팔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말부터 보름 동안 행사장 입구를 지키고 행사장 손님을 만류하는 등 노력끝에 판매업소를 관내서 내쫓았다.

청년회는 또 군청을 찾아가 방문판매 업자들의 영업신고를 받지 않겠다는 확답도 받아냈다.

장수지역에도 올해 초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가 들어섰다가 지역 젊은이들의 압력에 못이겨 2주만에 문을 닫고 사라졌다.

순창군 연합회 조계칠(42)회장은 “일부 약장사들은 중국산 약재로 만든 싸구려 건강 보조식품을 실제 가격보다 4∼5배, 많게는 10배 가량 비싸게 팔아 농촌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판매를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으나 워낙 피해가 커 우리 젊은층들이 발벗고 나서 이들을 몰아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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