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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 치매 예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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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평소 그림을 자주 그리거나 편지를 쓰는 등 뇌를 적당하게 자극해 주는 것이 치매 예방에 좋다. 사진은 한 노인요양원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노인들이 그림 그리기 교습을 받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앓고 있는 병은 잇몸질환이다. 인류의 7할은 크고 작은 잇몸질환을 갖고 있다. 가장 치료하기 힘든 병은 광견병이다. 유사 이래 광견병에 걸려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가장 잔인한 병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치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육체의 형상은 그대로인데 기억과 성격은 딴 사람처럼 파괴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영혼을 갉아먹는 치매 앞엔 권력과 부도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매 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 뇌를 자극하자=손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것이다. 손을 움직이는 운동중추나 언어중추는 대뇌피질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정교한 손동작이나 풍부한 어휘를 동원한 말하기면 더욱 좋다.

글을 쓰는 것도 좋다. 실제 편지를 자주 쓰고 또 편지에 구사된 단어가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치매가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어 공부가 도움이 된다는 속설도 있지만 특정 언어가 치매예방에 각별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적절히 뇌를 자극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억지는 곤란하다. 치매를 예방한다고 강제로 책을 읽히거나 억지로 무엇을 외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치매를 악화시킨다. 자발적이며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

◆ 뇌혈관을 보호하자=치매의 3할은 혈관성 치매다. 뇌혈관이 망가져 혈액공급이 중단되면 뇌세포가 파괴된다. 고혈압과 당뇨.동맥경화.비만 등이 뇌혈관을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이들 성인병을 평소 예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E인 토코페롤과 은행잎 추출물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다.

토코페롤은 하루 섭취 권장량인 30IU보다 30배 이상 많은 1000IU 이상을 매일 먹어야 비로소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뇌출혈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자가복용보다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 머리를 다치면 안돼=어떠한 이유로도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교통사고나 낙상과 같이 1회성 충격은 물론 권투의 잔 펀치처럼 작은 충격이 만성적으로 가해져도 해롭다. 특히 부모나 형제 중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 레이건도 퇴임 이후 말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뒤 치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이건은 모친과 친형이 모두 치매로 숨진 바 있다.

◆ 반복학습이 좋다=기억력 향상엔 반복하는 것이 좋다.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중요한 정보일수록 반복해서 외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반복은 시차를 두고 하는 것이 좋다. 같은 내용을 1시간 동안 반복하는 것보다 20분씩 나눠 3차례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뜻이다.

◆ 조기치료가 관건=미국 식품의약국의 공인을 거쳐 국내에서도 처방 가능한 치매 치료제는 코그넥스.아리셉트.엑셀론.레미닐 등 네 가지다. 모두 기억에 관여하는 뇌 속의 아세틸콜린이란 물질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비록 완치는 어렵지만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들 약은 초기에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조기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 장기치료시설을 활용하자=치매는 치료보다 간병이 더욱 중요하다. 문제는 생활보호대상자 등 극빈층이 아니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간보호시설이나 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치매전문병원 등 사설 장기치료시설을 고려해봄직하다.

도심에 위치한 이들 병원은 치료와 요양을 겸비하며 24시간 따로 간병인을 두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보호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찾아와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것도 지역 외딴 곳에 위치한 치매 간병시설과 다른 장점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 치매 관련 요양시설.단체

◆ 장기보호=<서울 02->강북신경정신과 903-6655, 가락신경정신과 425-2045, 시립중계노인복지관 972-9011, 은성너싱홈 386-7897, 실버케어스 391-8464, 호암마을 385-8205 <부산 051->동래요양원 518-8275, 애광노인요양원 598-0275 <대구 053-> 안나노인요양원 983-1376, 영락노인요양원 555-1705 <대전 042-> 대전노인요양원 283-6304, 성애노인요양원 545-9874 <광주 062-> 베데스다요양원 373-6302, 벧엘요양원 674-0527

◆ 단기보호=<서울 02->성심 노인의 집 825-7151, 송파노인종합복지관 2203-9401, 양천단기보호센터 2649-8836, 평화종합사회복지관 949-0123 <부산 051-> 남광재가복지센터 508-0380, 애광재가복지센터 581-8049 <광주 062-> 인애평화원 653-0247

◆ 주간보호센터=<서울 02->동대문치매주간보호센터 920-4547, 목련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3412-2226, 노원노인종합복지관 948-8540, 풍납치매주간보호센터 473-1227,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2068-5325 <부산 051-> 영도구노인복지관 417-6344, 실버벨노인복지관 337-5959 <광주 052-> 가족보건복지협회광주 651-7705 <대전 042-> 원광수양원주간보호센터 541-5022

◆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단체=한국치매가족협회(02-431-9993) www. alzza.or.kr, 대한치매협회(02-766-0710) www.silverweb.or.kr, 서울시치매노인종합상담센터(02-3431-7200) www.alz.or.kr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 이렇게 하자

1. 손을 많이 움직이자. 손은 제 2의 뇌다. 젓가락 사용과 종이학 접기 등 무엇이든 좋다.

2. 게임을 즐기자. 즐거운 게임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고스톱이든 바둑이든 게임은 두뇌를 자극한다.

3. 언어중추를 자극하자. 독서와 편지쓰기를 권한다.

4. 사교생활을 즐기자.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

5.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부정적이며 비관적인 생각은 기억회로를 닫는다.

6. 발품을 많이 팔자. 많이 움직일수록 뇌 혈관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7. 물을 자주 마시자. 물은 혈액을 묽게 만들어 뇌 속에서 혈액이 잘 돌게 만든다.

8. 토코페롤 등 비타민제를 복용하자. 토코페롤은 뇌 혈액순환을 도와 치매를 예방하며 비타민은 뇌세포의 노화를 억제한다.

9. 혈압을 다스리자. 고혈압은 뇌혈관의 손상을 가져오는 가장 큰 적이다.

10. 혈당을 점검하자. 당뇨는 뇌혈관의 염증을 초래해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다.

*** 이런 건 피하자

1. 담배를 피우지 말자. 흡연은 기억중추까지 마비시킨다.

2.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권투나 낙상 등 머리의 충격은 뇌세포를 파괴한다.

3. 억지로 두뇌를 사용하지 말자. 좋아하지 않는 일에 머리를 쓰면 치매가 악화된다.

4. 기름진 음식을 피하자. 콜레스테롤이나 지방은 뇌혈관에 축적돼 치매를 유발한다.

5. 과식하지 말자. 과식은 노화를 부추기는 가장 확실한 요인이다.

6. 과음하지 말자. 하루 석 잔 이상의 술은 기억중추를 서서히 갉아먹는다.

7. 불규칙한 생활을 하지 말자. 뇌는 규칙적인 상황에서 가장 편안하다. 불규칙한 생활일수록 뇌의 부담이 증가한다.

8. 스트레스를 줄이자. 당신이 얼굴을 찡그릴수록 기억중추도 위축된다.

9. 함부로 약물을 먹지 말자. 몸에 좋다고 이약 저약 먹다보면 약물 부작용으로 뇌기능이 떨어진다.

10. 짜게 먹지 말자. 소금은 혈압을 올려 치매를 악화시킨다.

*** 가족들은 어떻게 돌봐야 하나

▶자존심을 존중하자=간호자는 치매를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설득과 우격다짐으로 교정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인내와 따뜻함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 중증의 치매환자도 자존심이나 수치심 등 감정적 측면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소통은 짧게=치매환자와 대화할 때는 짧게, 간단한 용어로, 정확하게,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전달해야 한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얘기는 피해야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문자.그림.사진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남아 있는 기능 활용=세탁물을 갠다든지, 정원의 풀을 뽑는 등 아무리 작은 일거리라도 자신이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행동에 적극성을 띠게 된다.

또 손동작을 자주 해줌으로써 정신의 황폐화를 억제할 수도 있다. 단 능력을 넘어서는 행동을 강요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건강관리도 주의해야=치매가 진행되면 신체활동이 줄어 근육이 위축되고 질병에 대한 면역 능력도 떨어져 쉽게 합병증이 유발되기 쉽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비언어적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해 질병을 초기에 잡아줘야 한다.

또 탈수 현상이 오기 쉬우므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환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약을 두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환경변화는 피하자=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 주위를 정리정돈해야 한다. 특히 집의 구조나 가구를 갑자기 바꾸면 노인이 혼란에 빠진다. 가급적 익숙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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