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월드컵구장 '폭우와 경기'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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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실적으로 시간당 70㎜ 이상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하수 시설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 최근 단시간에 큰 피해를 불러온 폭우에 앞서 서울시재해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이는 이번 폭우 때 서울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의 방재시설을 통해 엄살이거나 핑계임이 입증됐다. 이번에 이 지역에는 시간당 75㎜의 비(총강수량 2백17㎜)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월드컵주경기장의 17일 현재 공정률은 92%. 그라운드에 잔디가 깔렸고 주요 시설이 완공돼 이번 폭우는 일종의 방재능력 테스트였다.

월드컵주경기장(지하 1층.지상 6층)은 불광천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난지천마저 가까워 입지상으론 충분히 침수 피해가 예상됐던 시설이었다.

그러나 설계단계에서부터 재해에 대비, 기초공사를 하면서 바닥 높이를 불광천 홍수 수위인 13.53m보다 3m나 높은 16.6m로 조성했다. 강변북로 지반 높이(14.5m)보다도 2.1m나 더 높게 만든 것이다.

또 그라운드에 쏟아진 빗물은 난지천으로, 기타 시설에서 빠지는 물은 불광천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배수로를 분산시켰다.

수방장비도 제대로 갖췄다. 경기장에 붙박이로 설치된 18대의 자동양수기 외에 물속에서 가동되는 수중 양수기 13대, 굴착기 6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정전될 경우 수색변전소와 중부변전소에 연결된 전력선에서 비상 전력이 공급되며 이동형 비상발전기(1천㎾) 2대도 갖추고 있다.

월드컵주경기장 건설단 정보희 과장은 "이번 폭우 때 서울시내 시간당 최고 강우기록은 관악지역에 1백27㎜였는데 이곳 경기장은 시간당 1백78㎜까지의 폭우에도 견뎌낼 수 있는 배수 설비를 갖췄다" 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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