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본 순유출… 엔 약세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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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 해외투자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아져 연내 엔화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5월 중 일본의 자본수지 적자액은 4조7천8백억엔으로 같은 기간 중 경상흑자(4조2천3백억엔)를 웃돌아 일본 밖으로 나간 돈이 일본 안으로 들어온 돈보다 5천5백억엔 많았다고 1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또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 위축으로 일본의 경상흑자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 확실시돼 2001년 전체적으로 투자자금의 해외유출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에서 해외로 흘러나간 돈이 유입된 돈보다 더 많아진 것은 1998년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계속함에 따라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자본수지 적자폭은 성큼성큼 늘고 있다.

이미 지난 4~5월 중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유가증권 월간 순매수액이 두달 연속 1조엔을 넘었으며 6월에는 생보업계에서만 1조엔 이상의 해외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해외로의 자금유출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 통화가치는 낮아지므로 앞으로 엔화 약세가 한층 더 진행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자금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던 1997~98년에도 엔화가 달러당 1백15엔선에서 1백50엔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올해 주요 일본 수출기업들은 대개 달러당 1백15~1백20엔선을 전제로 영업계획을 짠 상태이므로 엔화 약세가 진행될수록 추가로 이익을 내게 되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값이 싸진 일본상품에 밀려 수출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신모 외환은행 외화자금과장은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가치도 같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며 "엔화가치 급락만 없으면 우리의 수출 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으로 전망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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