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서울시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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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세훈 시장은 이날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하려다 연기했다. 지난달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 달 1일 열 예정이던 서울시의 ‘하이서울페스티벌 2010’도 가을로 미루기로 했다. 오 시장은 “천안함 인양과 수습과정 등을 고려해 출마 선언 시기 등을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정치 공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건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란 판단에서다.

도전자 격인 원희룡·나경원·김충환 의원은 이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당사를 찾아 선거정책을 쏟아냈다. 원 의원은 시민예산참여제 도입과 여성 부시장 기용 등이 포함된 ‘서울시정개혁안’을 발표했다. 나 의원은 서울·경기·인천을 광역급행철도로 잇는 ‘메가 서울구상’을 내놓았다. 김 의원의 승부수는 ‘동북아 도시간 협력’을 통해 안전 및 기후변화 정보 등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29일로 예정된 경선도 5월 초로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경선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희룡·나경원 의원은 ▶후보 검증 토론회와 ▶3회 이상의 TV토론 ▶권역별 후보토론회 개최 등도 요구했다. 둘은 한 전 총리를 의식하는 발언도 했다.

원 의원은 이날 “작은 일이라도 부패는 용서하지 않는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나 의원은 “정정당당한 법리적 공방은 피하고 과거의 정치적 유산에 기대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전통적 지지층 복원에 나섰다.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첫 공식행보로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부터 찾았다.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의 개념은 ‘DJ+노무현’이다. 민주당에서 한 전 총리만큼 ‘친DJ’이면서 ‘친노’를 상징하는 인사는 흔치 않다. 여성·사회운동을 하던 그를 정계에 입문시켜 장관을 시킨 사람이 DJ였다. 노 전 대통령은 그를 ‘최초의 여성 총리’로 만들었다.

한 전 총리는 11일 ‘노무현 재단’에서 열린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와의 간담회에선 “선거를 앞두고 또 시작이다. 참으로 사악하고 치졸하다”며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검찰을 비난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검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검찰은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별건 수사(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탄압받는다는 여론이 생기면 선거에서 고전할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 한 전 총리 무죄판결 직후인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선 오세훈 시장이 47.2%, 한명숙 전 총리가 40.2%,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5.4%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약 보름 전 실시한 같은 방식의 조사에선 오 시장 53.3%, 한 전 총리 29.9%였다. 그러나 아직까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8∼20%포인트 앞서 가고 있다.

강민석·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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