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씨 불법 선거운동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법원이 13일 서울 구로을(乙)선거구의 16대 총선 결과를 무효로 판결함에 따라 장영신(張英信)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던 검찰과 재정신청을 기각했던 하급법원의 판단이 무색해졌다.

대법원은 검찰 등의 판단과 달리 소송을 낸 한나라당 후보측의 주장과 선거관리위원회.검찰이 제출한 당시 선거운동 수집 자료 등을 종합 판단한 끝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다" 고 지적했다.

◇ 불법운동 내용=대법원은 구로을 선거를 무효라고 판결한 결정적 이유로 "張의원이 계열사 임직원을 동원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선거 운동원들이 애경유화(주)에서 마련한 선거전략에 따라 5백71회에 걸쳐 유권자 1천여명을 만나 張의원이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맹렬 여성' 임을 선전했다는 것이다. 또 계열사 임직원 70명이 조직적으로 술자리나 식당에서 만난 계열사 직원들에게도 張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애경백화점의 쇼핑객에게 대화를 가장해 張의원을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張의원측은 1천4백86만원 상당을 식사비 등의 향응 제공에 사용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밖에도 ▶애경백화점 직원 등의 위장 전입▶張의원 본인의 선거 당일 투표소 방문 등을 불법 선거운동 사례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張의원의 법 위반 사실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저해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선거무효를 결정했다" 고 밝혔다.

◇ 검찰의 '봐주기' 논란=검찰은 지난해 한나라당 등의 고발에 따라 張의원측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다. 그러나 張의원에 대해서는 선거 당일 투표소 다섯 곳을 순회하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한 혐의로만 기소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봐주기 기소' 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검찰은 당시 이날 대법원이 선거무효의 사유로 인정한 사안들에 대해선 張의원과 전혀 관련이 없는 애경유화측의 범죄로만 국한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張의원이)직원들의 선거운동을 일부나마 인지하고 이용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또 서울고법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張의원이 기부행위와 허위사실을 공표했는 데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은 잘못이라며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었다.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