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주식옵션 시행 '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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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물 주식 투자의 위험회피(헤지)수단인 개별 주식옵션을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증권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초 개별 주식옵션을 승인할 방침이었으나 "실무적으로 준비가 덜 됐다" 며 도입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증권거래소가 이미 1년 전에 상품개발을 완료했고 주요 증권사들도 매매준비를 마친 상태" 라며 "부산의 한국선물거래소 때문에 도입을 늦추고 있다" 고 주장했다.

2004년에 주가지수선물옵션 거래권을 증권거래소에서 한국선물거래소로 이관하기로 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래소에 새로운 파생상품을 허가하면 부산시민의 원성을 살 수 있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주식옵션은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주요 2백개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옵션과는 다르다.

상장종목 하나 하나마다 콜옵션(매수권)과 풋옵션(매도권)을 부여하는 상품으로 현물 주식 투자에 대한 위험을 철저히 헤지할 수 있다.

개별 주식옵션은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파생상품이며 <그래프 참조> ,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한국만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의 풋옵션을 사면 주가가 떨어져도 풋옵션 프리미엄 만큼만 손해보면 된다.

이에 따라 국내 블루칩에 집중 투자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주가지수옵션보다 홍콩의 장외 한국물 개별 주식옵션을 선호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거래하면 반드시 홍콩 장외시장에서 한국물 개별 주식옵션을 매매한다" 며 "거래금액은 외국인들이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주가지수옵션을 능가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식옵션을 거래할 수 있다면 외국인들은 불편한 홍콩의 장외시장보다는 현물과 옵션을 동시에 매매하는 한국으로 몰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옵션이 도입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증권사의 파생상품 담당자는 "주식옵션이 도입되면 외국인 투자가 더 늘어나고 투기적인 거래로 일관하는 기관과 개인들도 성숙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것" 이라며 "결과적으로 거래량도 늘어나고 증권사의 수익도 덩달아 좋아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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