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 "우리가 할건 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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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역사 교과서 문제를 보는 일본의 시각은 한국과 영 딴판이다. 일본 정부는 그렇다 치고 여론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일간지들이 10일부터 일제히 관련기사를 1면에 싣지 않거나 간략히 다루는 데 그치고 있다. 대신 상당수가 일본 정부를 두둔하는 사설을 게재하면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성의를 다한 회답에 이해를 구하자' 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대응을 '과부족이 없는 성의 있는 회답' 으로 옹호한 뒤 "현행 제도 하에서 수정은 무리" 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앞으로 끈질기게 이같은 제도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미래지향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 이라는 사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납득하기 어려울지는 모르나 현행 검정제도에서 문부성이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 고 강조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술 더떠 '수정 요구 거부는 타당하다' 는 사설에서 "한국.중국의 재수정 요구는 처음부터 일본의 주권에 대한 내정간섭이었다" 며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이에 대한 정밀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 이라고 트집을 잡았다.

반면 아사히(朝日)신문은 '본격적인 역사대화를' 이라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교과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과거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담화 등에 비춰 언행 불일치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또 이번 교과서 문제로 한.일간의 협력과 교류에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중국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교과서 문제가 한.일 경제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아직까지 한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민단체 '어린이를 위한 교과서 전국네트워크21' 은 담화문을 통해 "한국.중국의 재수정 요구를 해석과 표현의 문제로 돌려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중대한 오류" 라며 "재수정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재차 역사 왜곡을 공인하게 됐다" 고 비난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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