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들 국제연대, 일 교과서 왜곡 성토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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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일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왕푸징(王府井)에 위치한 허핑(和平)호텔 2층 허핑궁(和平宮) 회의실.

'근대 일본의 내외 정책' 을 주제로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최해 9~10일 열린 국제 세미나장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 남북한과 중국.일본의 진보적 학자 50여명이 뿜어내는 성토 열기로 가득 찼다. 한국과 중국이 요구한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의 수정을 일본 정부가 거부하면서 행사장이 일본에 항의하는 국제연대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북한 역사학회 회장으로 일제의 식민사관을 공박하는 많은 논문을 발표한 허종호(許宗浩)원사는 "일본 교과서 왜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선(한국)을 오랜 옛날부터 (중국이나 몽골의)종속국으로 표현해 조선의 자주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許원사는 일본 교과서가 자신들의 포로 학대 사실을 희석하기 위해 다른 국가도 전쟁 중에는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기술하고 왜구(倭寇)의 약탈과 관련해서는 '왜구 중엔 조선인도 있었다' 고 주장하는 등 한마디로 교활성에 기초해 역사 날조를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탕충난(湯重南)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 연구원 등 중국 학자들도 교과서 왜곡 규탄을 위한 국제연대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중국 학자들은 특히 일본이 최근 군국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교과서 왜곡은 이같은 군국주의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역사 교과서 왜곡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국측 참석자인 배재대 강창일(姜昌一)교수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반대하는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지성인이 참여하는 포럼 등을 결성해 남북한은 물론 러시아.미국 학자들까지 망라해 국제적으로 공동 대처하자" 고 제안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남북한과 중국.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은 현재 일본이 주변 아시아 국가의 반발에는 코웃음을 치며 패전 후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나리오에 따라 군국주의 부활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연대, 이같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처하자고 다짐하고 조만간 국제연대 결성을 위한 조직모임을 열기로 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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