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경쟁률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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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지역 외국어고 일반전형 경쟁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일 마감한 특별전형에 이어 경쟁률 하락이 이어진 것. 반면 과학고의 경쟁률은 올라갔다. 8일 마감한 서울지역 6개 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3.81대 1을 기록, 지난해 6.81대 1보다 크게 하락했다.

서울 이화여자외고의 경쟁률은 지난해 10.06대 1에서 올해 2.39대 1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10.11대 1이었던 한영외고의 경쟁률도 5.09대 1에 그쳤다.

대원외고.서울외고.대일외고에 원서를 낸 학생도 지난해의 50~60% 수준에 머물렀다. 명덕외고만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슷했다.

외고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올해 특목고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고를 나와 의대 등 다른 계열로 진학하기 어려워진 것도 원인이다. 이에 대해 외고 관계자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외고 조태식 교감은 "우수한 학생들 중 일부가 일반고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일외고 관계자도 "자연계열을 지망하려는 학생 비율만큼 지원자 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명덕외고 남완규 교무부장은 "내신 불이익은 논술이나 면접 등에서 만회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학력이 우수한 학생을 위한 뭔가 다른 제도적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덕외고에 딸이 원서를 낸 박모(42.여.양천구 목동)씨는 "내신에서 불리한 데다 새 대입제도가 적용되면 수능 변별력도 떨어지게 돼 많이 망설였다"며 "하지만 학습 분위기가 좋은데다 결국 대학이 우수학생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과학고는 경쟁률이 더 올랐다.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1.81대 1에서 2.62대 1로 학생들이 더 몰렸고, 한성과학고도 지난해(2.32대 1)보다 두 배가 넘는 경쟁률(5.85대 1)을 보였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과학고는 동일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입제도 변경에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고.과학고 일반전형 입학시험은 11일 치러지며, 합격자 발표는 16일이다.

한애란 기자

[뉴스분석] 자연계 과목 수업 줄어 의과대 지망생들 등 돌려

외고에 가려는 학생이 많이 줄어든 것은 2008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제도가 특목고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시 명문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수학생이 몰린 특목고는 그동안 일반계 고교보다 불리한 내신을 수능에서의 높은 점수로 만회해 왔다. 그러나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새 대입제도 아래서는 이런 장점이 빛을 잃고 내신에서 손해만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외고에서 자연계 과목을 가르치기 어려워져 의대 희망자들이 등을 돌린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외고가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의대 진학을 고집하지 않는 한 오히려 특화된 교과과정과 좋은 학습 분위기를 갖춘 외고가 대학진학에 유리하다는 것.

특목고 입시기관인 하늘교육의 임성호 기획실장은 "동일 계열 진학에 유리한 점 등이 알려지면 경쟁률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과학고의 위상은 이런 의견을 뒷받침한다.

과학고는 본래 이공계가 아닌 인문계.의대 등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었는데 이공계 진학은 더 유리해져 경쟁률이 올랐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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