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화여자외고의 경쟁률은 지난해 10.06대 1에서 올해 2.39대 1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10.11대 1이었던 한영외고의 경쟁률도 5.09대 1에 그쳤다.
대원외고.서울외고.대일외고에 원서를 낸 학생도 지난해의 50~60% 수준에 머물렀다. 명덕외고만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슷했다.
외고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올해 특목고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고를 나와 의대 등 다른 계열로 진학하기 어려워진 것도 원인이다. 이에 대해 외고 관계자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외고 조태식 교감은 "우수한 학생들 중 일부가 일반고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일외고 관계자도 "자연계열을 지망하려는 학생 비율만큼 지원자 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명덕외고 남완규 교무부장은 "내신 불이익은 논술이나 면접 등에서 만회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학력이 우수한 학생을 위한 뭔가 다른 제도적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덕외고에 딸이 원서를 낸 박모(42.여.양천구 목동)씨는 "내신에서 불리한 데다 새 대입제도가 적용되면 수능 변별력도 떨어지게 돼 많이 망설였다"며 "하지만 학습 분위기가 좋은데다 결국 대학이 우수학생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과학고는 경쟁률이 더 올랐다.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1.81대 1에서 2.62대 1로 학생들이 더 몰렸고, 한성과학고도 지난해(2.32대 1)보다 두 배가 넘는 경쟁률(5.85대 1)을 보였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과학고는 동일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입제도 변경에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고.과학고 일반전형 입학시험은 11일 치러지며, 합격자 발표는 16일이다.
한애란 기자
[뉴스분석] 자연계 과목 수업 줄어 의과대 지망생들 등 돌려
외고에 가려는 학생이 많이 줄어든 것은 2008학년도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제도가 특목고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시 명문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수학생이 몰린 특목고는 그동안 일반계 고교보다 불리한 내신을 수능에서의 높은 점수로 만회해 왔다. 그러나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새 대입제도 아래서는 이런 장점이 빛을 잃고 내신에서 손해만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외고에서 자연계 과목을 가르치기 어려워져 의대 희망자들이 등을 돌린 것도 경쟁률 하락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외고가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의대 진학을 고집하지 않는 한 오히려 특화된 교과과정과 좋은 학습 분위기를 갖춘 외고가 대학진학에 유리하다는 것.
특목고 입시기관인 하늘교육의 임성호 기획실장은 "동일 계열 진학에 유리한 점 등이 알려지면 경쟁률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과학고의 위상은 이런 의견을 뒷받침한다.
과학고는 본래 이공계가 아닌 인문계.의대 등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적었는데 이공계 진학은 더 유리해져 경쟁률이 올랐다.
이승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