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배 한국천하…조훈현-최명훈 결승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일본이 주최하는 후지쓰배 우승컵을 놓고 한국기사들이 또 대결을 벌이게 됐다.

조훈현9단上과 최명훈8단下은 7일 오사카(大阪)에서 벌어진 1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조9단은 일본의 노장 린하이펑(林海峰)9단을 맞아 흑을 쥐고 3백12수만에 16집반을 이겼고 최8단은 '대만의 희망' 저우준쉰(周俊勳)9단을 흑 7집반 차로 격파해 한국의 후지쓰배 우승을 확정지었다.

후지쓰배에서 한국기사들끼리 결승대국을 벌이는 것은 이번으로 세번째다. 첫번째는 1993년 6회대회 때인데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이 격돌해 유9단이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으로선 이것이 후지쓰배 첫 우승. 바둑 종주국을 자처해온 일본의 한복판 도쿄(東京)에서 한국기사끼리 결승전을 둔 것은 세계 바둑계의 주도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듬해 7회 후지쓰배에서도 조9단과 유9단은 또다시 결승에 동반 진출했고 이때는 조9단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따라서 이번 조9단과 최8단의 결승대결은 도쿄에서 치러지는 한국기사들끼리의 세번째 대결이다. 일본으로선 또 한번 눈을 가리고 싶은 장면이 벌어지는 셈이다.

우승상금 2천만엔의 후지쓰배 결승전은 8월 4일 단판승부로 일본기원에서 열린다. 조9단은 세계대회 일곱번째 우승에 도전하며 최8단은 처음으로 세계무대 결승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