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팅] 상가 임대차보호법 만들어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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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Q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어떻게 돼 가나. 법이 시행되면 건물 소유자가 불리해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 같나.

정임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A :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4건의 상가 및 건물 임대차보호법안이 올라와 있다. 다들 주택임대차보호법처럼 일정기간의 임대기간 보장.시설비 반환.소액보증금 최우선 변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일정한 계약기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기간 조항도 들어 있어 세입자 보호가 주택임대차보호법보다 더 강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법안의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감안하면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많을 것 같다. 상정된 법안을 뜯어보자.

건물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은 필요비.유입비 인정 문제다. 지금은 대부분 시설비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계약하므로 큰 분쟁은 없다.

인테리어 등 시설비를 많이 들인 경우 서로 협의해 계약기간을 늘려 잡는다든가 보증금을 낮춰주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안들의 방향은 관행처럼 돼 있는 '세입자는 필요비.유입비 등을 요구할 수 없다' 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을 수 없도록 한다는 쪽이다. 계약이 끝나면 시설비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된다고 해서 건물주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손해가 날 만한 것은 다 세입자들에게 떠 넘길 게 뻔하다.

세입자가 시설비 등을 반환하라고 하면 처음대로 원상 회복해 주고 나가라고 맞설 것이고, 세를 놓을 때 아예 내부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계약 완료 때 시설비 요구를 못하는 조항을 넣어 계약한 경우 세입자의 원상 회복 의무도 없어진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별 문제가 없다.

계약 갱신 요구도 파장이 큰 내용이다. 법안에는 계약 기준기간을 1년으로 하되 세입자가 일정기간까지 계약을 갱신하면 내보낼 수 없도록 돼 있고, 재계약할 때도 보증금이나 월세 등의 인상 한도를 정할 모양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법안에는 3~6년까지 임대를 보장해주도록 했다.

이는 한꺼번에 세를 올리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분석이다. 1989년 주택의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때도 전세금이 두배 가량 폭등해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최우선 변제권도 효용성은 별로 없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낙찰자가 정해질 때까지 월세를 내지 않아 이를 빼고 나면 찾아갈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관련 법이 제정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설령 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건물주의 입장에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규제를 하더라도 세입자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영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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