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캐즘 이론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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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요즘 국내외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경기가 가라앉는 영향을 받는 거지요.

그런데 일부에서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들의 침체를 캐즘(chasm)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캐즘이란 원래 지질학적 용어로 지층 사이에 큰 틈이나 협곡이 생겨 서로 단절돼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상품이나 기술이 개발되면 유아기와 발전기.성숙기.쇠퇴기를 겪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염두에 두고 캐즘이론을 알아보도록 하죠.

1876년 미국의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전화는 첨단기술, 그 자체였어요. 너무나 신기하고 편리한 도구라고 다들 감탄했지요. 그런데도 전화는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했어요.

가격이 비싼데다 전화선이 많이 깔려있지 않아 지금처럼 누구나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때문에 당시에는 부자나 첨단제품을 꼭 사용해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만이 전화를 구입했어요. 그 뒤 일반인이 전화를 사용하게 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답니다.

캐즘이론은 이처럼 아무리 훌륭한 기술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까지에는 그 기술을 사용해 본 일부 특수 계층의 사람들이 주위의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그 편리성이 입증되는 기간만큼 침체기를 갖는다고 설명해요.

지금 첨단기술을 개발한 벤처회사들이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얻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이 바로 그 시기(캐즘)라는 얘기입니다.

캐즘이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인 조프리 무어 박사가 91년 완성했는데 미국 벤처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이론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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