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20. 부엌가구 대리점 김정식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부엌가구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정식(40)사장은 외환위기 때 창업해 고초를 겪었다. 중소건설회사에 부엌가구를 대량 납품했다가 1억6천만원을 못받아 창업 6개월 만에 2억원의 빚을 졌다.

본사에 물품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 운영자금에 쪼들려 대리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빚을 갚기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25평짜리 아파트를 처분해 다가구 주택의 단칸방 신세로 전락했다.

◇ 영업사원에서 독립=金사장은 대학을 졸업하던 1989년 부엌가구 제조업체인 ㈜나의부엌에 입사해 특판담당 영업사원으로 8년 동안 활약했다.

주로 건설회사에 부엌가구를 납품하는 일을 하던 그는 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샐러리맨 생활론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 판단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 창업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샘 대리점을 열었다. 부엌가구 제품판매와 시공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던 그는 대리점을 열자마자 여러 건설회사와 직거래를 텄다.

창업 두달 만에 월 매출액을 5천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신생 대리점으론 성장속도가 빠른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을 무리하게 확대한 전략이 화근이 돼 대리점은 위기를 맞았다.

◇ 휴지조각 된 어음=빌라 건설붐을 타고 여러 건설회사에 부엌가구를 납품했으나 한 중소건설업체가 발행한 어음이 부도를 냈다.

외환위기 직후 건설경기가 뚝 꺾이면서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제대로 못줄 처지였다.

그 때 金사장은 일감을 따온 만큼 수당을 주는 1백% 인세티브제를 도입했다. 영업직원은 3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

주변 가구대리점들이 속속 문을 닫는 모습에서 오히려 자심감을 얻었다. 위기에 어려움을 극복하면 되레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위해 본사에 달려가 물품대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환란 직후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늘리자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5천만원을 빌려 모자라는 자금을 해결했다.

◇ 대리점 경영의 두 얼굴=金사장은 "어떤 업종이든 대리점은 본사란 온실 안에서 문을 열지만 경영성과는 천차만별" 이라고 지적한다.

대리점을 창업하기란 쉬운 일이지만 첫 출발부터 무사안일 경영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金사장은 대리점 고객을 "지나가는 손님" 이라고 생각하면 백번 망한다" 며 "고객관리가 대리점 운영의 성패를 가른다" 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 초기의 고비를 겪은 후 대리점으론 드물게 지역고객을 대상으로 신제품 설명회를 열었다. 고객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가구구입과 관련해 컨설팅도 한다.

고객이 관할지역을 벗어난 곳으로 이사해도 주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그는 자랑했다.

金사장이 운영하는 대리점은 매월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인수익은 월 5백만원 정도다. 2억원에 이르던 빚도 다 갚았다. 金사장은 "기회가 온다면 인테리어와 주택사업을 해볼 생각" 이라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