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 이스라엘서 '바그너' 전격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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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사진)이 바그너 음악을 이스라엘에서 극적으로 연주했다.

지난 7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이스라엘 페스티벌에서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렌보임은 당초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프로그램에서 뺐던 바그너의 '발퀴레' 중 1막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하는 데 성공했다. 히틀러가 바그너를 총애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바그너 음악은 이스라엘 무대에서 연주될 수 없었다.

바렌보임은 그날 앙코르 요청을 받고 먼저 청중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부분의 청중은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일부는 "치욕스럽다" "포로수용소의 음악이다" 라고 외치며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엔지니어 미카엘 아브라함(67)이 "당신들은 듣지 않고 집으로 가도 돼. 나도 포로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이야" 라고 외치자 금세 실내가 조용해졌다. 연주가 시작되자 반대파들은 출입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그간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음악을 연주하려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1년 이스라엘 필하모닉이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의 발췌곡을 연주하려고 할 때였다. 포로수용소의 생존자 중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소동을 벌였으며 이에 지휘자 주빈 메타는 연주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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