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두 곳 영업정지 파장… 순전히 고객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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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진.충일 상호신용금고에 부실금융기관 결정이 내려진 6일 두 금고 직원들은 하루 종일 고객들의 전화문의에 시달렸다.

석진금고의 한 직원은 "매각이 잘 이뤄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답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고 말했다. 올해부터 실시된 예금 부분보장제 때문에 5천만원을 넘는 고액 예금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금고에 대한 부실금융기관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기준이 안전성 위주로 바뀌는 등 금융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 예금행태 변한다=예금 부분보장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최소한 원금은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1998년까지는 이자까지 모두, 99년 이후에는 적어도 원금만큼은 공적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지급했다.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금융기관이 파산할 때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5천만원을 넘는 금액은 받지 못하게 됐다. 그동안 시중자금은 높은 금리만 좇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아예 예금보호대상이 아닌 유사 금융기관에 예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시중자금이 보다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수신규모가 지난 5월에는 5조9천억원, 지난달에는 7조9천억원이 늘어났다. 이번 두 금고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이같은 흐름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예금 부분보장제 실시로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을 원칙대로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에는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더라도 정부가 예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정리할 때와 계약 이전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때의 비용을 비교해 계약이전 등의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제는 부분보장제 실시로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할 때의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금융연구원 이지연 박사는 "가뜩이나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데, 두 금고의 사례로 인해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 내다봤다. 지방 금고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5천만원 이하로 예금액 규모를 낮추려는 경향이 심해질 것" 이라며 "그나마 높은 이율로 유치한 고객들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고 말했다.

◇ 올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곳은=현대생명 등 3개 생명보험사, 대한화재 등 3개 화재보험사, 신용협동조합 7개사 등이 올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중 보험사들은 대부분 3자에 인수됐지만 신협은 모두 정리됐다. 정리된 7개 신협의 예금자 중 7명이 예금 부분보장제 적용으로 7백94만원을 받지 못했지만 이 금액은 모두 이자였다.

올 들어 금고가 부실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 석진.충일금고의 사례가 처음이다. 금고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금고 수(1백26개)와 고객 수(1백30만명)가 97년보다 절반규모로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금고업계의 경영상황도 97년 2천억원 흑자에서 98년 2천3백억원, 99년 1조6천억원, 지난해 5천7백억원의 적자로 악화됐다.

지난해 부실기관으로 지정됐다가 올 초까지 끈질기게 회생을 노렸던 동방(전남).장항(충남).동아(서울).울산(울산).창녕(경남)금고 모두 결국엔 문을 닫고 말았다.

◇ 석진.충일금고 고객들 어떻게 되나=석진.충일금고 고객들은 영업정지 중이라도 2천만원까지 돈을 찾아갈 수 있다. 예보는 9일부터 열흘간 두 금고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신문에 실사결과 공고를 내고, 공고후 일주일 안에 2천만원 중 5백만원을 1차 지급할 예정이다.

지급시기는 7월 중순께로 잡고 있다. 예보는 2차분인 나머지 1천5백만원은 8월 중 지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금자는 실사결과 공고가 나면 예보에 지급신청을 요청해야 한다(전화 02-758-0114). 이 때 시중은행 계좌를 예보에 통보해 그 은행계좌로 돈을 받을 수 있다.

2천만원을 넘는 금액은 영업정지가 풀리거나 다른 곳에 인수되는 등 최종 처리방침이 결정될 때 지급된다. 파산 뒤의 예금에 대해서는 예보의 적용이율(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 현재 연 5.7% 수준)과 금고의 이율 중 낮은 쪽이 적용된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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