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석유화학에 대해 채권단이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현대유화 노조는 6일 주채권 은행인 한빛은행에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했다. 노조측은 "원료가 바닥나 곧 공장을 세워야 하는 회사의 위기를 감안, 대의원 회의를 거쳐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원진 대표 등 현대유화 경영진 12명도 지난 5일 채권단에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채권단이 현대유화에 6천2백21억원을 지원하는데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현 경영진의 퇴진▶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대주주 완전감자 등 세가지 사항 중 두가지가 충족됐다.
남은 대주주들의 완전감자 문제도 현대건설(지분율 11.63%)이 조만간 감자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여 해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유화 관계자는 6일 "그동안 감자에 따른 손실이 크다며 동의서 제출을 주저했던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설득으로 동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현대유화의 대주주 가운데 현대중공업(지분율 49.87%).현대종합상사(6.95%).현대미포조선(3.04%).하이닉스반도체(1.60%) 등은 이미 완전감자에 정식 동의한 상태며, 현대건설이 동의할 경우 완전감자에 동의한 지분율은 73.09%로 늘어난다.
이럴 경우 감자결의에 필요한 주식 정족수(3분의 2)를 넘게 돼 아직까지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현대백화점 등이 반대하더라도 채권단은 완전감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주주들의 감자동의서 제출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다음주 초에 자금 지원이 시작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대주주들이 '완전감자가 현대유화에 대한 증여로 해석될 수 있어 추후 세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지만 검토 결과 아무런 법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고 덧붙였다.
유동성 지원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현대유화의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채권단의 계획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상.정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