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묘향산 채화에 말문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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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일자 2면에서 '묘향산 채화(採火)추진, 북서 1백만달러 요구' 제하의 기사를 읽고 말문이 막혔다. 전국체전의 성화를 묘향산에서 가져오는 대가로 북한이 1백만달러를 요구하자 당초 현물지원을 검토하던 충청남도가 뒤늦게 "어떠한 지원계획도 없다" 고 부인했다는 내용이다.

'대북 퍼주기' 가 바야흐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으로까지 번질 뻔했던 것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햇볕정책의 명분 아래 북한의 지나친 요구까지도 넓은 아량과 포용으로 늘 양보하며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이었나.

툭하면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남북대화를 중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우리 영해까지 서슴없이 침범한 그들이다.

북한에 대해 경제지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제발 대북관계에 있어서 조급함을 버리자는 것이다. 북한이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나라인지 모르는가. 무조건 퍼주는 식의 지원이나 북한의 처분만을 바라는 것 같은 저자세가 아니라 냉철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다.

이유경.재향군인회 안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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